수필

매미소리를 들으며

정진숙 2013. 7. 27. 10:05

 


매미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아침이다.

장마가 주춤하자 한동안 잠잠하던 매미소리 오늘은 더 우렁차다.

가만히 보니 베란다 방충망 위에 매미가 앉아 울고 있었다.

도시매미와 시골매미는 그 우는 소리부터가 다르다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느 강의에서 들은 김용택 시인의 말이다.

고향 진뫼마을의 매미 우는 소리는 유순한데 서울 매미는 악다구니를 쓰며 운다고.

기실 이해는다며 생존의 치열함이 불러 온 결과라고 했다.

생각해 보라.

밤낮없이 불야성인 도시 숲에서 짧은 일주일의 생을 제 몫을 다하고 떠나가려면 피를 토하듯이 울어야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7년을 기다려 얻은 매미의 7일간의 시간은 당연히 처절할 수밖에 없으리라.

언젠가 뉴스에서, 아파트 내 나무에서 서식하는 매미소리가 도시의 새로운 소음공해가 되고 있다고 한 소릴 들은 적이 있다.

자연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님에도 그 말 속엔 인간 중심의 이기심이 담겨있는 게 아닌가 싶다. 

베란다 방충망에 내려앉은 매미를 한참 들여다본다.

주어진 제 몫을 다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존재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숭고한 것이다.

그런 맘으로 바라보니 작은 미물일지라도 순한 눈길로 보게 된다.

소음처럼 성가시던 그 울음소리도 자연의 리듬이구나 하며 마음을 고쳐 먹고 또 바라보았다. 

 

한 번의 짝짓기를 위해

7년 동안 어두운 흙 속에서

기다리다 나와서

일주일만 암컷을 부르는

지독한 구애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7년을 기다리고

단 한 번만의 고백으로

생애를 마칠 수 있겠는가

 

땅속에서 죽을힘을 다해

올라와 벗어놓은 매미의 허물

인내의 옷이

훈장처럼 걸려있다 

 

임창연 시인의 신작시 <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