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소리를 들으며
매미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아침이다.
장마가 주춤하자 한동안 잠잠하던 매미소리가 오늘은 더 우렁차다.
가만히 보니 베란다 방충망 위에 매미가 앉아 울고 있었다.
도시매미와 시골매미는 그 우는 소리부터가 다르다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느 강의에서 들은 김용택 시인의 말이다.
고향 진뫼마을의 매미 우는 소리는 유순한데 서울 매미는 악다구니를 쓰며 운다고.
기실 이해는 된다며 생존의 치열함이 불러 온 결과라고 했다.
생각해 보라.
밤낮없이 불야성인 도시 숲에서 짧은 일주일의 생을 제 몫을 다하고 떠나가려면 피를 토하듯이 울어야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7년을 기다려 얻은 매미의 7일간의 시간은 당연히 처절할 수밖에 없으리라.
언젠가 뉴스에서, 아파트 내 나무에서 서식하는 매미소리가 도시의 새로운 소음공해가 되고 있다고 한 소릴 들은 적이 있다.
자연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님에도 그 말 속엔 인간 중심의 이기심이 담겨있는 게 아닌가 싶다.
베란다 방충망에 내려앉은 매미를 한참 들여다본다.
주어진 제 몫을 다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존재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숭고한 것이다.
그런 맘으로 바라보니 작은 미물일지라도 순한 눈길로 보게 된다.
소음처럼 성가시던 그 울음소리도 자연의 리듬이구나 하며 마음을 고쳐 먹고 또 바라보았다.
한 번의 짝짓기를 위해
7년 동안 어두운 흙 속에서
기다리다 나와서
일주일만 암컷을 부르는
지독한 구애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7년을 기다리고
단 한 번만의 고백으로
생애를 마칠 수 있겠는가
땅속에서 죽을힘을 다해
올라와 벗어놓은 매미의 허물
인내의 옷이
훈장처럼 걸려있다
임창연 시인의 신작시 <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