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한국의 길
숨겨진 비경 수성동계곡
정진숙
2014. 8. 17. 23:03
선택에는 늘 갈등이 따른다
비 오는 날의 여행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나
갈등을 이겨내고 길을 나서면
예기치 않은 풍경과 만나게 되고
새로운 이야기와 만나게 된다
이른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과연 몇 분이나 나올까 걱정했다
어디에 가느냐 만큼 중요한 건
누구와 가느냐이기에
다행히 한 사람의 동행이라도 있으니 감사하다
내가 저지른 것만이 내 인생이라 했던가
생각에 머문 수많은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로지 행동으로 옮긴 것만 내 것이 된다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 서촌을 간다
옥인동 골목길을 지나서
겸재 정선의 산수화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숨겨진 비경 수성동 계곡
골목 끝자락에서 마주친 또 다른 세상
인왕산을 향해 탁 트인
호방한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북악산 백석동이 몰래 감춰진 정원이라면
인왕산 수성동은 활작 열린 정원이었다.
서울만큼 갈 곳이 많은 데가 있을까
시간이 가는대로 자꾸 변해가는 도심
가도가도 늘 새롭다
청계천변은 궂은 날씨에도
인파로 붐빈다
이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한 비결 중에 하나는
많은 수의 친구라고 한다
한 잔의 술과 한바탕 웃음
마음 통하는 벗이 있음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쉽지 않은 세상사에
누군가가 나의 친구이길 바라기에 앞서
나는 누군가의 좋은 친구인지
가끔은 스스로를 돌아보자
비 오는 일요일
기분좋은 서울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