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창고 / 이문재

정진숙 2016. 8. 29. 11:05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 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어제 다시 만나게 된 시

<소금 창고>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떠난 것과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고


가고 오는 수많은 것들 사이

나는 마흔 살도 아닌

쉰 하고도 중반

자꾸 오는 옛날과 만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