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편지
아들 안녕??
지난 한주 잘 지냈겠지.
난생 처음 겪는 고단한 시간일테지만 훌륭하게 적응하리라고 믿어.
훈련소 생활 시작한 지 어느 새 열흘이 지났구나.
엄마가 이리 말하면 아들은 좀 서운하겠지?
힘든 훈련 받는데 속도 모르는 소리 한다고 말이야.
말 안해도 충분히 아니까 속상해 말기.
오늘부터 11중대는 사격 훈련 들어간다고 소식지에 글 올리셨더라.
사격훈련 중인 씩씩한 우리 호준이 모습 상상해 봤어.
뭐든 성실히 잘하는 아들이라 믿음직하다.
엄마는 지금 아들이 선물해 준 안경 끼고 편지 쓰고 있다.
돋보기 신세 질 날이 이렇게 빨리 올거란 생각을 왜 못했을까.
시간이 이리 금방 지나가는 걸 왜 몰랐는지.
세월은 나이에 비례해서 속도가 느껴진다고 하잖니.
스무살엔 시속 20키로의 느낌으로 더디게 가고 나이 오십엔 시속 50키로의 속력으로 가속이 붙는거지.
젊음이 있을 땐 너무 긴 시간이라 착각해서 아껴 쓰지 못했던 거 같다.
모든 일은 지나고 나서야 소중한 본질의 의미를 알게 되는거지.
더디고 힘겨운 생활이겠지만 귀중한 삶의 교훈들이 담긴 순간을 아들은 보내고 있는거다.
잘하리라 믿어. 훈련 중에 항상 매사에 조심하고 조심하길 바란다.
동기들과 다툼 없도록 잘 참을 줄 아는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어쩌면 엄마보다 더 슬기롭게 지내고 있을텐데 괜한 사족을 다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노파심에서 하는 부탁이니까 잘 새겨주기 바래.
모쪼록 안전과 건강이 최고다.
아들, 훈련 무사히 잘 마치고 듬직한 군인이 된 모습 얼른 보고 싶다.
자대로 가면 면회 갈 수 있게 전화 빨리 해줘.
호준아, 이번 한주도 새롭고 멋진 날로 만들기다.
보고 싶어..사랑한다 아들. <201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