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가족여행
연례행사로 부모님의 생신일 즈음에 맞춰 가족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행지는 바다가 보이는 강릉 임해휴양림이다.
엊그제 제왕산 산행을 마치고 다녀온 곳, 정동진 가는 길목에 위치한 곳이다.
안인해변과 동해 시퍼런 겨울 바다가 방안에서 조망되는
괘방산의 푸른 숲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멋진 휴양림이다.
일정을 맞추느라 두달 전부터 조율해서 셋이 빠진 열 다섯명의 식구가 모였다.
평택, 남양주, 산본에 흩어져 사는 친정식구들
부모님과 조카, 우리 네형제,
왁자지껄한 소란속에서 한 목소리라도 내려면 목청이 아플 지경이다.
너무 시끄러우니 한꺼번에 말하지 말고 손을 들어 말하라며 깔깔대고 웃는다.
가족은 존재만으로도 위안이다.
힘든 날을 살았던 부모님과 더불어 힘들게 살아온 시간들이
이제는 추억이고 자산이 되었다.
어릴 땐 가고자 하는 길을 막아서는 가족이 짐스러울 때가 있었다.
하고 싶은 걸 맘대로 하고 살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거 같다며 철없는 생각을 한적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맘은 잠깐이고 가족 안에서 주어진 맏딸의 역할을 충실히 다해왔다.
나의 의견이 불만스럽더라도 지금껏 잘 따라주는 동생들이 고맙다.
사실 가족이라고 모든 게 서로 맞을 리 있겠는가.
다 모여봐야 열 여덟명이다.
이 작은 모임에도 열 여덟 가지의 이견이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편함을 위해서 자기 주장을 조금씩 누그러뜨리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기에
한 가족이라는 결속감을 여태 잘 유지하는 것 같다.
이쯤에서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잠깐 돌려본다.
흔히 가족의 확장이 사회라고 말한다.
사회의 한 형태인 커뮤니티 모임도 가족이란 개념의 연장 선상에 있다.
더구나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집단은
사회라는 막연한 단위보다 더 확실한 가족의 범주라 생각한다.
조금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가족 아닌 가족인 것이다.
더구나 불편하자고 모인 집단이 아니라
같이 즐겁자고, 더불어 재밌게 지내자고 모인 취미를 같이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어떤 사안에 내 주장이 충분히 옳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이들의 이견을 외면하고 나의 주장만 내세운다면 서로가 껄끄러워지기에
불편한 상황은 연출하지 않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다소 거북한 주제를 공론화하여 토론하다 보면 분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중이 모인 커뮤니티를 가족의 개념으로 확장해 인식한다면
가족 다수가 즐거울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옳다.
나의 주장만을 관철하기 위한 지속적인 시도는 전체의 안녕을 위해선 지양되어야 한다.
가족이란 울타리나 취미 공간인 커뮤니티,
양쪽 모두에 배려라는 미덕은 꼭 필요한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