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편지
하이! 장호준훈련병!
오늘 하루도 씩씩하게 지내셨나요??
엄마는 요즘 너에게 편지 쓰는 낙이 솔솔하구나.
집에선 얼굴 마주하고 얘기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지.
엄만 엄마대로 늘 바쁘고 아들은 아들대로 과묵하고 참 조용한 가족이었어, 그치.
그래서 많이 미안하고 마음 짠해지곤 한다.
이제라도 이렇게 너와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쁘다.
지난 토요일에는 설악산 봉정암에 다녀왔어.
대청봉 바로 아래 높은 곳에 있는 절이야.
대부분 불자들이 기도하러 가는 곳인데 대청봉 올라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아들처럼 훈련 받는 기분으로 산행하면서 극기 훈련 좀 했지ㅋ.
왕복 26키로면 아마 군대서 하는 행군랑 비슷할 걸?
훈련 중에 두번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산을 오르는 내내 우리 아들도 잘 견디고 이겨낼 거란 확신이 들었다.
이번 주는 일찍 편지를 전달했나 보다.
소대장님 업무에 민폐될까 싶어서 자주 못올리고 있어.
아빠는 집중 안되게 왜 자꾸 편지 쓰냐고 그러시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맘 편해서.
아들은 이해하지?
다른 엄마들도 요즘 사는 게 다들 비슷하실거야.
매일매일 부대 카페에서 한자라도 무슨 소식 있을까 궁금해서 전전긍긍하고.
어떻게라도 얼굴 한번 볼까 눈을 크게 뜨고 사진을 들여다 보고.
그리고는 아들 대신 다른 훈련병 얼굴이라도 쳐다보며 조금 위로를 받고.
그런 게 아들 둔 모든 엄마 마음이거든.
호준아, 항상 기쁜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냈으면 좋겠다.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은 아무도 따라오지 못한다고 했거든.
이왕이면 기꺼이 즐겁게 훈련소 생활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일념 속에 안전 기원하는 마음 꼭 새기고 하루 시작했으면 좋겠어.
엄마 아빠는 아들이 항상 건강하고 안전하기를 매일 기원한다.
사랑하는 호준아.
오늘도 편안한 휴식 맞을 수 있길 그리고 내일 다시 씩씩한 하루 시작하길...
아들 화이팅! 아자아자!!
<201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