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 나태주

정진숙 2017. 1. 31. 18:05

새각시 새각시 때

 

친정 나들이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던가

어스름 깔리는 대문 앞

쭈삣쭈삣 맞아주던

대추 빛 주먹맨드라미

 

은행나무 샛노랑

치마 저고리 갈아입은

것만 보아도 와락

눈물이 쏟아질 것

같던 때

 

새각시 새각시 때.

 

ㅡㅡㅡㅡㅡ

 

설 쇠고 집으로 가는 길

 

친정 길 오가는 사이

세월은 언제 이리 흘러간 건지

코흘리개 동생들은

모두 반백이 넘었고

청청하시던 부모님은 어느새 팔순

 

봄은 다시 와도

지나간 날은 돌아오지 않고

시간은 또 저만치 달아나고

 

설 쇠고 집으로 가는 길

쓸쓸한 귀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