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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소식

정진숙 2017. 3. 26. 11:28

 

 

 

봄비가 내릴 거란 예보가 전해진다.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셔줄 단비소식이 반갑다.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건너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 지껄이것다'

 

그토록 기다린 봄이건만

마음은 아직 지난겨울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터에 붙박이로 꼼짝없이 묶여

찾아온 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때문이다.

구례 산수유에 광양매화 하동벚꽃

이맘때면 어김없이 만나곤 했던 화우들을

올해는 모두 놓치게 생겼다.

너무도 슬픈 봄이다.

 

그나마 아파트 앞 푸른 새잎들을 쳐다보며

작은 위안을 삼는다.

무심히 대하던 내 앞의 풍경들

이제야 하나둘 눈에 밟힌다.

키가 부쩍 자란 상사화 주위에

초록빛이 무성해졌다.

이름도 모르는 잎사귀들

봄이면 늘 그 자리에서 꽃을 피웠을 텐데.

이 푸른 잎들을 바라보며

소박하게 이 봄을 보내야 할 듯.

 

오후 늦게 내릴 거라는

반가운 봄비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