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숙 2010. 10. 4. 00:05

호준아, 여전히 잘 지내고 있지??

요 며칠 날씨가 갑자기 싸늘해져서 마음 쓰인다.

아들들이 처음 맞는 추위를 잘 견뎌야할텐데.

잘 전달 되었다는 댓글이 안 달려서 어찌 해야할지 몰라 오랫만에 편지 쓴다.

입대한지 이제 꼭 한달이 지났네.

엄마도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간다.

힘든 훈련도 아무렇지 않게 잘 치러 낸 호준이에 비하면 보고 싶은 거 참는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지.

추석에 전화 받고서 얼마나 든든하던지 요즘은 흐뭇하게 지내고 있어.

외가집 가서 사진 보여줬더니 군인 가니까 더 멋있어졌다고 다들 난리가 났어요.

너 하나 빠졌다고 외가집까지 허전한 게 참 이상하더라.

그래도 자대 받고 나면 금방 면회도 갈 수 있고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좋은 일만 남았다.

이런저런 희망이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거 같구나.

낼부터 화욜까지 엄마 모임에서 3일 동안 쿄토에 여행 간다.

아들이 우리 은혼식 선물로 보내주기로 한 곳인데 미리 다녀올게.

괜찮으면 이 담에 한번 더 다녀오지 뭐.

근데 왜 그닥 즐겁지가 않을까.

아들이 없어서 그런지 요즘은 뭘 해도 밋밋하고 그러네.

호준이한테 일어 몇마디 배우고 가면 좋았을 걸.ㅠㅠ

이왕 가는 거 즐겁게 잘 다녀오마.

갔다와서 또 편지 쓸게.

엄마 없는 동안 감기 걸리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

글구 방금 보니까 11중대 구재현 곰신님이 영상편지 완성해서 올렸네.

울 아들도 멋지게 나왔던데 교회가서 볼 수 있나 모르겠다.

다른 중대에도 보게 한다니까 어떻게든 봤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호준아.

어려운 훈련 남았다던데 무사히 잘 마치길 빈다.

굿럭 투 유~~~

 

<2010.9.25.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