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의 입춘 / 정연복

정진숙 2018. 2. 12. 08:58

겨울의 본색을 드러내는

칼바람 휘몰아쳐

 

체감온도 영하 20도라는

양력 2월 4일

 

바로 오늘이 입춘이라니

참 이상하지 않은가

 

온 세상 추위에 얼어붙고

나무마다 빈 가지뿐

 

초록빛은 어디에도 없는데

뜬금없이 봄이 왔다니.

 

아니다!

입춘이 맞다

 

겨울 지나 봄 오는 게 아니라

겨울 속에 봄이 있다

 

겨울 품속에서

봄이 살금살금 자라는 거다

 

겨울은 봄의 길목일뿐더러

새 봄의 자궁이다.

 

한줄기 햇살 내려앉은

겨울 나무의 보이지 않는 속

 

파릇한 봄 기지개 켜는

소리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