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달라진 일상들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져보였다. 아이가 태어나며 세상은 이전과 이후로 바뀌었다. 예사로 보이던 많은 것들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탄생의 고귀함, 살아있는 모든 게 귀하고 소중함을 가장 먼저 깨우치게 되었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도 알게 되었다.
오랜 직장생활로 거칠게 메말라가던 정서는 아이로 인해 부드럽고 따뜻해졌다. 내 아이가 사랑스런 만큼 남의 아이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누군가 모성은 본능이 아니라 학습된 정서라 했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다. 모성은 사랑이 담긴 저절로 드러나는 감성임을 말하고 싶다.
집을 친정 근처 남양주에 얻은 건 엄마의 도움을 받고 싶은 속셈이 있었다. 그리고 또 도시와는 조금 떨어진 자연의 정취가 아이 키우기에게도 좋을 것 같았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 부서질 듯 쏟아지던 가을 햇살이 생각난다. 몇 발자국만 걸으면 노랗게 익은 가을들녘이 펼쳐져 있었다. 창문 열면 들판의 신선한 공기가 방안을 가득 채우던 집. 그 집에선 1년밖에 살지 못했다. 아이가 아장아장 걸을 때 봄볕 쏘이며 걷던 길이며 놀이터는 사진 몇 장에만 남아있다. 오롯이 일을 놓고 쉰 날은 아이 키우던 그 일 년이 전부인 것 같다.
안양으로 이사 오게 된 건 재취업을 하면서다. 시누이 두 분의 도움을 받기위해 한 동네의 주택에 집을 구했다. 병환 중인 시어머니와 한 살 배기 아들을 혼자 돌보기는 쉽지 않았다. 생활이 넉넉지 않아 일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지만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는 게 더 맞는 이유였다.
아이를 떼어놓고 직장에 가면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출근길에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울던 아이 얼굴만 온종일 눈앞에 아른거렸다. 열두 번도 더 안부전화를 했다.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람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동물이다. 시간이 흐르며 아이도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는지 아침마다 치르던 전쟁이 조금씩 평화로워져갔다. 조무락손을 흔들며 바이바이하는 아들을 떼어놓고 일터로 향하는 어미마음만 여전히 스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