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 / 손미나

정진숙 2018. 5. 4. 11:13

그녀가 쓴 몇 편의 여행기들을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함부로 떠날 수 없는 101가지의 이유에 발목 잡혀 지금에 안주하는 날들과 나도 한 번 훌쩍 떠나볼까 용기내게 만드는 그녀의 산문들. 그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세상은 나 없이도 잘 굴러간다. 내가 연연하는 것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님에도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착각이 나를 여기에 묶어두는 건지도 모르겠다. 떠나면 보이는 것들이 머물러 있을 땐 잘 보이지 않는다. 여행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 그런 깨달음을 준다.

 

그녀가 쓴 건 여행에 관한 이야기들이지만 내가 읽은 건 좋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회 각층의 다양한 지인들과 만나 그들의 여행담을 들으며 그녀가 재발견하는 건 깊은 우정이다.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을 얻는 만큼 큰 재산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영국의 한 신문사에서 약간은 엉뚱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런던에서 영국 북부에 위치한 맨체스터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이 뭘까라는 질문을 하고 공모를 받은 것이다. 이벤트가 시작되자마자 각종 아이디어와 기상천외한 가설들이 막 쏟아졌는데, 최종 선정된 방법은 바로 이거였다.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 아마 고된 여행도 따분한 일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좋은 친구만큼 힘이 되는 존재는 없지 않을까.'

 

멀고 먼 여행길을 빠르게도 즐겁게도 만드는 좋은 친구, 인생이란 길고 고된 여행에 좋은 친구만큼 힘이 되는 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