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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동 비석마을
정진숙
2018. 6. 8. 08:48
부산항이 지척에 내려다보이는 아미동에는 두 개의 아픈 역사가 있다.
감천마을로 오르다보면 가파른 언덕 중턱에 비석마을이 있다.
아미동 비석마을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공동묘지가 있었던 곳.
6.25 전쟁 중 부산으로 밀려온 피난민들이
그 주검 위에 집을 짓고 살았던 두 개의 아픔이 남은 동네다.
당시 인구 40만이던 부산은 피난의 여파로 80만으로 인구가 폭증했다.
피난민들은 몸 하나 간신히 누일 공간이 없었다.
대피소에서 어렵사리 배정받은 주소지를 찾아갔더니
아미동 산중턱의 묘지였다는 것이다.
두 평 세 평 좁은 묘지 터에 비석을 주춧돌 삼아
시장에서 주워온 나무판자로 기둥을 세워 천막을 치고 살았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그 세월이 얼마나 버거웠을까.
외면하고픈 지난 일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말끔히 지워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어난 일들은 없던 일처럼 사라지는 게 아니다.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더 자세히 알고 기억해야만 하지 않을까.
마을 안 사진갤러리에서 지나간 날의 흔적들을 묵묵히 바라보며
어제와 오늘을 한 번쯤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