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 / 이사라

정진숙 2018. 6. 22. 09:33

나무 하나는

옆 나무의 존재를 알까

나무 둘은

그 옆 나무의 그림자를 알까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면서

나무끼리는 서로를 알아줄까

 

 

마침내 여름 숲이 되어서도

나무들이 서로를 알지 못한다면

 

 

한 시절을 지나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질 때까지

서로를 기다려보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밤새 폭우가 내려서

숲속에서 서로 부딪쳐가며 우는 소리를

기다리는 것이 더 나을까

 

 

나무 하나가

나무 하나에게 소심하게

말 건네기까지

 

-이사라「나무들」

 

 

여름 아침에

시 한 편을 전해받았다.

나무들,

마치 우리들 세상 같은

나무들 세상이다.

소외, 외로움, 고독

다른 듯 비슷비슷한

감정의 사막에서

서로 지켜만 본다.

아니 외면하고 산다.

결국엔

스스로도 고립되었다.

 

사막에

숨겨진 샘물을

찾는 길은

내 옆에 있는 이들에게

소심하게 말 건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