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한국의 길

강릉 커피거리

정진숙 2018. 7. 11. 09:54

 

 

 

<소박한 커피 자판기에서 근사한 카페로>

바다의 도시로 떠오르던 강릉이 언제부터인가 한 가지 이미지를 더 얻었다. 커피의 도시. 우리나라 1세대 바리스타인 박이추 커피 명장이 있고, 곳곳에 크고 작은 카페가 즐비하며, 커피박물관도 생겼다. 강릉항(옛 안목항)과 안목해변을 따라 커피거리가 조성되었다.

 

지금은 강릉커피거리로 불리지만, 안목커피거리나 강릉항커피거리라는 명칭이 혼용된다. 어찌 부르든 이곳이야말로 모두 인정하는 강릉의 커피 메카다.

 

강릉커피거리의 역사는 1980~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처럼 근사한 카페가 아니라 소박한 자판기가 커피를 담당하던 시절이다. 안목해변에는 유난히 커피 자판기가 많아, 50대가 넘은 적도 있었다. 강릉 젊은이들이 자판기 커피 한잔 들고 바다를 감상하던 것이 커피거리의 시초다.

 

이곳 자판기 커피가 맛있다고 입소문이 났다. 자판기마다 맛도 조금씩 달라, 사람들은 카페를 골라 가듯 마음에 드는 자판기를 단골로 삼았다. 자판기 주인장의 손맛이 더해진 커피는 아름다운 바다와 어우러져 격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자판기 대신 멋스러운 카페가 늘어섰다. 횟집이나 식당 사이에 카페가 하나둘 자리한 여느 해변과 달리, 강릉카페거리는 카페 사이로 횟집이나 식당이 몇몇 위치한다. 그 사이로 커피 자판기도 여전히 자리를 지킨다.

 

<다도(茶道) 유적지와 커피 도시의 이유 있는 조합>

강릉은 오래전부터 다인(茶人)이 많은 도시로 손꼽혔다. 커피도 차와 마찬가지로 물맛과 풍광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강릉의 물맛과 풍광이 좋아 다도가 발달했고, 같은 맥락에서 커피 산업도 발달할 수 있었으리라 평가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다도 유적지 중 하나인 한송정이 강릉에 있다. 녹두정이라고도 불리는 한송정은 정확한 건립 연대가 알려지지 않으나,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신라 때 화랑이 이곳에 들러 심신을 수양하며 차를 마셨다고 한다.

 

한송정에는 차 달일 물을 긷던 돌샘과 차를 끓이던 아궁이 등 흔적이 있다. 먼 옛날 정취 좋은 강릉의 정자에서 화랑이 차를 음미했듯이, 지금은 바다가 보이는 강릉카페거리에서 현대인이 커피를 마신다.

 

<바다를 배경으로 볼거리, 놀 거리 풍성>

강릉커피거리가 조성된 안목해변 북쪽으로 송정해변, 강문해변, 경포해변이 차례로 자리한다. 송정해변은 길이가 700m에 이르며, 울창한 송림이 매력적이다.

 

고려 충숙왕 때 최문한이 소나무 8그루를 이곳에 심었다고 해서 팔송정이라 부르다가, 이후 송정이 되었다. 번잡하지 않아 송림을 따라 조용히 산책하기 좋다. 강문해변은 경포해변과 이웃한다. 경포호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중심으로 남쪽이 강문해변, 북쪽이 경포해변이다.

 

안목해변 남쪽에는 남항진해변이 있다. 안목에서 남항진으로 이어지는 인도교 솔바람다리가 명물이다. 총 길이 192m이며, 밤에는 조명이 들어와 화려한 야경을 연출한다. (다음 백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