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4시 편의점 두 번 째 이야기
정진숙
2022. 2. 9. 21:14
늦은 밤 고단한 퇴근길이다. 평범한 일상이 멈춰선지 오래인 나날. 애쓰고 노력해도 내 힘만으론 어쩔 수 없는 고달픔이 이어지고 있다. 겨울 속에 봄이 있다 했으니 몸과 마음 따뜻한 봄날이 어서 찾아오기를 바라며 발걸음을 옮긴다.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 중간쯤에 24시 편의점이 있다. 항상 지나쳐가는 우리편의점. 두어 해 전까지 노부부 내외가 가게를 지키던 곳인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드님이 물려받은 듯했다.
두 내외분의 온화한 모습처럼 말끔하던 가게는 이전보다 다소 어수선해진 느낌이다. 상품도 뒤죽박죽 섞이고 청결도 그전만 못해 보이니 내 기분 탓인가.
24시 우리편의점은, 신도시 큰 상가들 틈 사이에 낀, 편의점이라곤 하지만 예전 동네 구멍가게를 연상시키는 협소한 점포다. 규모 있게 잘 관리해도 힘들 텐데 부친상으로 갑작스레 떠안게 된 처지라 그럴 만도 하겠다 싶었다.
젊은 주인장 나름대로 다양한 시도로 새로운 아이템을 보태고 바꾸며 변화시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지켜보게 되었다. 겨울엔 붕어빵 기계를 가게 앞에 두고 밤늦게까지 추위에 떨며 근처 학원생들의 출출한 허기를 달래주고 더운 여름엔 슬러시 기계를 설치해서 시원한 음료를 판매하는 걸 오가며 지켜보았다. 이런저런 실험으로 바람직한 운영방식을 모색하는 듯 보였다.
여름 어느 날, 가게 앞 인도를 왔다갔다 뛰어다니는 아드님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왜 그러지? 의아해서 몇 차례 뒤돌아보며 고갤 갸웃거렸는데 여러 번 그 모습을 발견하곤 결론을 내렸다. 답답함을 스스로 달래고 있을 거라는. 서른 초 중반의 나이에 좁은 매장 안에서 종일 갇혀 지내려니 얼마나 갑갑했을까.
치열한 상권 안에서 본인의 방식대로 애써 버티고 있는 젊은 주인장의 노력이 읽히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아무렴, 세상살이 쉬운 건 없지.
애쓴 보람이 있는지 우리편의점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 사이에서 여태 잘 유지되고 있다. 아드님의 고군분투하는 일상을 지켜보며 저 먼 하늘에서 할아버지는 든든한 맘으로 안도의 미소를 짓고 계시지 않을까.
늦은 밤 퇴근길, 붕어빵 틀 앞에서 학원생들과 마주한 젊은 주인장을 엿보며, 고단했던 나의 하루도 어느새 힘을 얻는다. 겨울 지나면 봄이 오듯 열심히 살다보면 분명 좋은 날도 있을 테니.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 중간쯤에 24시 편의점이 있다. 항상 지나쳐가는 우리편의점. 두어 해 전까지 노부부 내외가 가게를 지키던 곳인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드님이 물려받은 듯했다.
두 내외분의 온화한 모습처럼 말끔하던 가게는 이전보다 다소 어수선해진 느낌이다. 상품도 뒤죽박죽 섞이고 청결도 그전만 못해 보이니 내 기분 탓인가.
24시 우리편의점은, 신도시 큰 상가들 틈 사이에 낀, 편의점이라곤 하지만 예전 동네 구멍가게를 연상시키는 협소한 점포다. 규모 있게 잘 관리해도 힘들 텐데 부친상으로 갑작스레 떠안게 된 처지라 그럴 만도 하겠다 싶었다.
젊은 주인장 나름대로 다양한 시도로 새로운 아이템을 보태고 바꾸며 변화시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지켜보게 되었다. 겨울엔 붕어빵 기계를 가게 앞에 두고 밤늦게까지 추위에 떨며 근처 학원생들의 출출한 허기를 달래주고 더운 여름엔 슬러시 기계를 설치해서 시원한 음료를 판매하는 걸 오가며 지켜보았다. 이런저런 실험으로 바람직한 운영방식을 모색하는 듯 보였다.
여름 어느 날, 가게 앞 인도를 왔다갔다 뛰어다니는 아드님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왜 그러지? 의아해서 몇 차례 뒤돌아보며 고갤 갸웃거렸는데 여러 번 그 모습을 발견하곤 결론을 내렸다. 답답함을 스스로 달래고 있을 거라는. 서른 초 중반의 나이에 좁은 매장 안에서 종일 갇혀 지내려니 얼마나 갑갑했을까.
치열한 상권 안에서 본인의 방식대로 애써 버티고 있는 젊은 주인장의 노력이 읽히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아무렴, 세상살이 쉬운 건 없지.
애쓴 보람이 있는지 우리편의점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 사이에서 여태 잘 유지되고 있다. 아드님의 고군분투하는 일상을 지켜보며 저 먼 하늘에서 할아버지는 든든한 맘으로 안도의 미소를 짓고 계시지 않을까.
늦은 밤 퇴근길, 붕어빵 틀 앞에서 학원생들과 마주한 젊은 주인장을 엿보며, 고단했던 나의 하루도 어느새 힘을 얻는다. 겨울 지나면 봄이 오듯 열심히 살다보면 분명 좋은 날도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