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추석 / 김연식
정진숙
2023. 9. 27. 14:50
보고 싶지 않던 그 달이
한가위 돼서야 궁금하여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어머님 세상 떠나신 후 돌아가신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마을 어귀에
한결같이 자식이 언제 오나 기다리던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그때야
아, 외마디 외로움이 뼛속까지 전해졌습니다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도
방문을 열고 거실을 둘러 보아도
병든 몸 벽에 의지하며 반겨주시던
어머님은 숨바꼭질하는가?
이곳저곳 찾아봐도 계시지를 않았습니다
고향 큰형님과 형수님만
왔는가 동생 내려오느라 고생했네
반겨 주십니다
새벽에 찬 이슬은 온마을 삼키고
먼 앞동산 꼭대기만 어슴푸레 남겨 놓았습니다
버릇처럼 일어나 마을 이곳저곳
어머니 그림자만 찾아다녔습니다
사무치게 어머님의 목소리가
그리웠습니다
아들 왔어 그러던 그 목소리
동이 트면 상을 차려 인사를 올리고
앞동산 어머님 아버님 계시는 곳
빗자루 하나 들고 이슬을 걷으며
술 한 병 안주 몇 가지 주섬주섬 챙겨 인사하러 갑니다
어머니 아버지
막냅니다 며느리 손주 손녀
손잡고 인사하러 왔어요
추운 이슬 맞으며 두 분이 계시는
앞마당에 자리 펴고 이렇게 조잘거립니다
살아생전 하지 않던 긴 이야기를
주절주절 혼잣말 술 올리며
산소 주위만 빙빙 돕니다
눈이 촉촉하게 젖고 가슴이 먹먹합니다
- 추석, 김연식 시인
아버지 가신 뒤 처음 맞는 명절날
그 허전한 빈자리가 느껴질 것 같아
생각만해도 가슴 먹먹해집니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나면
편안히 모습 떠올릴 날 오겠지요.
추석날 아버지께 술 한 잔 올리고
그간의 안부 전하렵니다.
무탈하게 잘 지내니 편안하시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