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질때 / 페마 초드론
구승준, 페마 초드론(Pema Chodron) | 한문화 | 2010/10/01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상황일 때 우린 어떤 행동을 할까.
혹자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내뿜기도 하고 혹자는 말 그대로 무너져 내려 더 이상 아무 것에 안주하지 못하게도 될 것이다.
아니면 그 둘 사이에서 끝없이 방황하며 생의 기운을 모조리 소진할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절망하게 되는 일이란 반드시 산더미 같이 큰 일만은 아니다.
삶의 소소한 일도 때론 감당키 어려운 무게로 다가온다.
그럴 때마다 정면으로 맞서기 보단 회피하고픈 나약함이 고개를 들어 외면하고 모른 척 하며 마치 그 일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행동하기도 한다.
올바른 처신이 아닌 줄 알지만 달리 길을 찾지 못하는 우리에게 페마 초드론은 편안히 그 문제들에 다가서는 길을 열어준다.
페마 초드론은 동양의 철학에 입문한 서양여성이다.
신비의 영역에 속한 명상의 길을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선호하는 서양인의 시선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신선하다.
그녀의 안내를 받으면 먼 길을 걸어야 만나게 되는 명상이란 화두에 조금 더 수월하게 다가설 수 있다.
나의 의식을 통과하지 않고는 세상과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없다.
작가는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 일들이 나를 통해 지나가는 것을 피하지 말고 지켜보라 한다.
고통조차도 나를 통과하여 지나갈 수 있도록.
그녀의 잠언들이 그 고통을 아픔 없이 받아들이고 다시 내보내는 길을 일러준다.
"누구나 곤경에 처하면 마음이 옹졸해진다. 살다보면 비참하고, 억울하고, 스스로 불쌍하고, 가망없어 보일 때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온갖 나쁜 일에 달달 볶여서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울 때가 바로 내 마음이 부쩍 자라는 성장점이다.
일어난 사건을 두고 내가 나약했다거나 상대가 강했다고 마음의 진술서를 쓰지 마라.
내가 멍청했다거나 상대가 나빴다고 정의하지도 마라.
나와 상대에 대한 온갖 불평불만을 모두 중단하라.
그러면 우리는 외부에 대한 모든 경계심을 풀어놓고 무엇을 할지 모르는 투명한 마음 그대로,
그 순간의 원초적이며 변화무쌍한 에너지와 더불어 그냥 놀며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할 수있다.
바로 그 자리가 우리가 온갖 개념과 언어의 이면에 감춰진 진정한 속뜻을 알아 차리는 지점이다."
"자신의 기준을 내려놓고, 지금 있는 그대로 편안해져라."
"우리는 흔히 위기의 순간에 그 시험을 통과하거나 고민만 해결하면 모든 문제가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세상에 진정으로 해결되는 일은 없다!’는 게 우리가 배워야 할 진리다.
세상 만물은 모였다가 다시 흩어질 뿐이다."
"진정한 치유란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을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내면에 넉넉한 빈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슬픔이든, 고통이든, 기쁨이든 그게 무엇이든 일어나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날카로운 창끝에 몸을 기대라."
"무너질 것은 무너지게 내버려두고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뿌리 내려라.
그때 비로소 우리 앞에 진짜 삶이 펼쳐진다!"
마음 복잡해지는 어느 날 이 잠언들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