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 파올로 코엘료
박경희,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 문학동네 | 2008/10/14
새로운 무언가와의 조우는 두근거림이 있어 언제나 즐겁다.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면 늘 가슴 뛰는 설레임을 느낀다. 이것 저것 살피다가 코엘료의 에세이가 눈에 들어왔다. 연금술사의 작가가 쓴 첫 산문집이다. 길게 쓴 프롤로그가 마음에 와 닿는다. 15살의 그가 자신이 갈 길을 찾았다며 난 그 길을 갈 것이라고 엄마에게 말하는 장면에서 소년의 순박함이 느껴진다.
넌 작가가 무엇인지 아니? 하는 엄마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작가의 모습을 알고자 해 왔던 그간의 노력들을 적어 놓았다. 그리고 소년다운 시각으로 말한다. 작가는 이러이러한 사람을 말한다고 다소 추상적인 의미들을 나열한다. 그런 어려운 길을 왜 가려 하니? 어머니의 반문을 뒤로하고 그는 자신이 걷고자 했던 그 길을 걸어 38세의 나이에 접어들어 결국 대단한 성공을 일구었다.
이 산문집은 작가로의 명성을 얻은 이후의 생각들과 사람을 만나고 느끼고 여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들을 글로 옮긴 것이다. 첫 글은 프랑스 피레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쓴 글이다. 방앗간 집에서의 하루, 그의 세계로 들어서는 여행이 행복하다.
책을 읽는 내내 세상과의 단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에게 몰두하기 위해 칩거하는 그의 결단력이 부럽기만 하다.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일정기간이나마 떠날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에세이의 대부분은 그가 결심했던 고립 속에서 완성되었다. 그러나 그가 택한 고독의 시간은 단절이 아닌 성찰의 시간이었다.
101가지 이야기 속에는 베스트 셀러 작가의 모습 너머에 있는 한 인간으로의 소탈함이 엿보인다. 스치는 일상의 사소한 삽화에도 그의 시선은 늘 신선한 삶의 깨우침들을 찾아낸다. 오랜 여행과 여러 직업의 편력이 다양한 시각을 그에게 제공한 까닭일까. 그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작은 것에도 수 많은 의미가 숨어있다. 사람들 안에서 찾아낸 슬픔과 고뇌, 고마움과 따뜻함, 느낌과 교훈의 잔잔한 울림이 가득 담긴 에세이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