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책 이야기

어머니 / 박성우

정진숙 2013. 6. 10. 20:20

 

 

끈적끈적한 햇살이

어머니 등에 다닥다닥 붙어

물엿인 듯 땀을 고아내고 있었어요

막둥이인 내가 다니는 대학의

청소부인 어머니는 일요일이었던 그날

미륵산에 놀러 가신다며 도시락을 싸셨는데

웬일인지 인문대 앞 덩굴장미 화단에 접혀 있었어요

가시에 찔린 애벌레처럼 꿈틀꿈틀

엉덩이 들썩이며 잡풀을 뽑고 있었어요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어머니

지탱시키려는 듯

호미는 중심을 분주히 옮기고 있었어요

날카로운 호밋날이

코옥콕 내 정수리를 파먹었어요

어머니, 미륵산에서 하루죙일 뭐허고 놀았습디요

뭐허고 놀긴 이놈아, 수박이랑 깨먹고 오지게 놀았지

 

                                          박성우 시집 <거미>중에서

 

 

 전북 익산이 고향인 박성우 시인은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삶의 아픔과 남루한 세상에 대한 연민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싶습니다”
“딱히 시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누구든지, 어떤 방식으로든지, 세상에 대하여 할 말이 있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시를 쓰는 사람이므로 시의 형식을 빌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를 포함한 모든 문학의 글쓰기는 세상을 향해, 출구 없는 미래를 향해, 찰나적이지만 문득 구원처럼 빛나는 등불을 밝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