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다. 비 내리는 현충일, 마음 차분해지는 아침이다. 동작동으로 참배가기로 한 날이다. 어제 통화했던 아버지의 음성이 부쩍 힘없어 보였다. 기력이 부쳐 당신은 못 갈 것 같다고 무척 아쉬워하셨다. 애써 밝은 목소리로 그럼 저 혼자 다녀올 테니 얼른 기운 차리시라며 통화를 마쳤다. 남양주에서 동작동 현충원까지 짧지 않은 거리를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며 해마다 다녀가셨는데 이젠 건강이 허락지 않아 그마저도 버거우신가보다. TV로 추모식 중계를 시청한 후 집을 나섰다. 그 사이 내리던 비는 그치고 날이 청명해졌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적함을 떨친다. 일 년에 한번 추모객들로 북적이는 동작역 국립현충원 방향 4번 출구 현수막을 크게 붙여 이정표를 대신했다. 사람들에 섞여 육교를 건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