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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말아요 그대

정진숙 2017. 1. 20. 19:26

어젯밤 토크쇼 ‘걱정말아요 그대’를 보았다.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들로

공감을 이끌어내고 위로를 준다는 데 있다.

어제의 주제는 새해에 갖는 결심에 대한 내용이었다.

한 해를 보내며 생각나는 사람을 적어보라는 진행자의 말에

방청객들이 적은 글을 비춰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중 진상고객이라 쓰여 진 스케치북이 언뜻 스치고 지나간다.

직업의 특성상 내게도 생소하지 않은 단어라 눈에 확 띄었다.

지난 한해 그 방청객은 진상고객에게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힘들게 방청권을 얻어 간 저 자리에서 하필이면 왜 저 생각이 난 걸까.

좋은 자리에서 좋았던 기억을 떠올렸으면 좋았을 텐데.

한편으론 이해가 가다가도 그 사람이 가진 그 순간의 마음이 안쓰러웠다.

 

삼십 년 지기 친구가 있다.

반갑기도 하고 때론 불편하기도 한 친구다.

가끔씩 불편한 이유는

대화의 주제가 언제나 한곳으로 집중된다는 것 때문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늘 같은 지점에서 멈춘다.

자기중심적인 주제, 네가 보기엔 내가 어때? 라고 묻는 것이다.

십 년 전에도, 이십 년 전에도, 삼십 년 전에도

넌 참 괜찮은 아이라고 말해줬다.

그럼에도 그 친구는 내게 계속 확인하곤 했다.

자신이 정말 괜찮은 사람인지를.

 

어제 그 장면을 보며 그 친구가 생각난 건

친구를 만날 때면 느껴지곤 하던 답답함이 연결돼서인 것 같다.

즐거운 자리에선 즐거워하고 반가운 자리에선 반가워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럴 땐 현재를 즐겨라, 는 너무 흔한 말이 답일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 어제의 괴로움은 어느 새 잊을 것이다.

웃다보면 웃을 일이 생긴다고.

지금 행복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행복한 것 아닐까.

이미 지나간 고통은 복습할 필요가 없고

다가오지 않은 걱정은 예습할 필요가 없다.

걱정말자, 지금을 열심히 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