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땅 위에 봄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겨우내 휑하던 아파트 화단에
못 보던 사이 파랗게 새싹이 돋아났다.
어느 해 여름부터 보았던 상사화
실하고 두툼한 초록잎들이 제법 올라왔다.
누가 심었는지 두어 해 째
뜨거운 여름날 해사한 연자색 꽃을 피우곤 했다.
하루가 다르게 쭉쭉 올라오는 푸른 잎들
튼실한 잎사귀 사이로 꽃대가 솟고 잎이 시들고나면
슬픈 꽃말의 상사화가 거짓말처럼 얼굴을 내밀 것이다.
수줍은 새각시 같은 연한 자색꽃
올 여름, 잎 지고 꽃 피면
그 고운 꽃빛에 또 얼마나 마음 설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