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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 가는 길

정진숙 2017. 4. 10. 12:09

동작동 현충원으로 가는 길이다.
작년 사월 벚꽃 만개한 날 
연분홍 꽃비 하염없이 내리던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현충원으로 참배가 아닌 꽃구경을 가다니
미안하고 송구한 맘에 조심스레 걸었던 것 같다.
     
해마다 유월이면 친정아버지는 현충원을 다녀가시곤 한다. 
지금은 성년이 된 어린 큰조카 손을 잡고서 
바로 위형님의 묘소를 찾아 온 묘비를 하나하나 살피셨다.
혹시나 하고 전사한 형님의 이름자를 찾으신 것이다.
     
몇 해를 다니시는 동안 한 번도 동행하지 못했으니 너무 무심한 딸이다.
아버지의 정성이 통했는지 두어 해 전 형님의 묘소를 찾으셨다.
얼마나 반갑고 얼마나 비통하셨을까.
스무 살 갓 지난 청년이셨던 형님을 팔순이 다 된 나이에 만나신 심정이.
명절에 그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 가슴 먹먹해지던 생각이 난다.
     
순국 영령의 묘비 가지런한 언덕 아래
소풍 나온 유치원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가득하다.
봄날의 너무도 평화로운 풍경
잠든 님들도 내 맘 같이 편안하지 않으실까.
아마도 이런 평범한 일상을 지켜주려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건 아닐지.
     
올 유월엔 꽃구경 말고 아버지와 함께 삼촌의 묘소를 찾아야겠다.
편히 숨 쉬고 잘 살아갈 수 있게 목숨 바쳐 지켜주심에 
이 언덕에 누운 순국 영웅들에게 감사의 참배를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