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잎 사이로 접시꽃이 환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소란스런 인간사와 상관없이 계절은 이렇게 순항하고 있다.
겨울 혹한을 땅속에서 견딘 씨앗이
올 봄 황폐한 도시의 화단에서 싹을 틔우고
이 여름 순하게 꽃을 피웠다.
꽃으로 피어나기까지 보이지 않는 사투,
살아감은 매일매일을 잘 견뎌내는 일일 것이다.
한낮의 태양이 열기를 더해간다.
여름, 뜨겁고 치열한 계절을 다시 맞았다.
철이 듦은 계절의 순리를 알아가는 거라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세상의 이치를 알아간다는 건
그리 만만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절기에 알맞은 준비와 때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한해살이의 결실은 물 건너가는 것.
꽃은 피어 열매를 맺고
열매는 씨앗이 되어 땅에 묻히고
돌고 돌아 꽃으로 또 핀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모이는 참 많은 세상 인연들.
그 숱한 인연들이 꽃으로 열매로 맺어지는
순하고 아름다운 관계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인간만사 후할 리 만무하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듯
가고 오는 모든 걸 묵묵히 지켜보자.
풍성한 결실의 계절을 맞기까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한여름 몇 날 동안의 천둥 번개를 또 견뎌야 할 것이다.
지난 봄 무던히 살아온 것처럼
뜨거운 이 여름,
주어진 한철 꿋꿋하게 인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