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동구청에 근무하는 어느 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여름 아침 일찍 출발하는 대마도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 부산에 가게 되었습니다.
일행들은 밤차를 타고 당일 새벽에 합류하기로 하고 저 혼자 부산여행도 할 겸 전 날 먼저 내려갔습니다.
점심 무렵 부산역에 도착했습니다.
예약해둔 초량의 게스트하우스 이바구충전소에 짐을 두고 시내구경을 나갔습니다.
영도 흰여울마을을 둘러보고 카페 브라운핸즈 백제에서 커피도 한잔 마셨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옆 625막걸리 집에서 기분 좋게 생탁까지 마시고 숙소에 느지막이 당도했습니다.
이곳은 작년에 두 차례 다녀왔던 터라 제법 친숙한 데였습니다.
평일이라 이용객은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묵은 2층에는 2인실과 6인실 도미토리 룸이 있습니다.
2인실엔 저 혼자였고 옆방 6인실에 남자 두 분이 묵은 것 같았습니다.
샤워실은 남녀 별도였지만 나란히 붙어있어 조금 신경 쓰이더군요.
객지인데다 혼자라 괜히 불안해서 옆방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움직였습니다.
방문을 안에서 잠그고 나와서 샤워를 잘 마쳤습니다.
아, 그런데 황당한 일이 생겼습니다.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방문을 열 수가 없는 겁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손잡이에 열쇠구멍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으니 완전 멘붕이었습니다.
관리하는 분은 6시에 이미 퇴근하셨고 열쇠수리공을 부르기엔 야심한 시간이고
휴대폰조차 방안에 있어 전화도 못하니 대략난감이었죠.
어쩌지도 못하고 쩔쩔매다가 하는 수없이 옆방 문을 노크했습니다.
“실례지만 담당자 전화번호 혹시 아시나요?”
“예? 저는 모르는데요.”
“그럼, 죄송한데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제가 아래서 전화번호 알아올 테니 담당자께 전화 한 통화 부탁드릴게요.”
“예, 뭐.......”
당황스러워하는 남자 분의 휴대폰으로 동구청 직원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때가 밤 11시쯤 된 것 같습니다.
안에서 문을 잠그고 나왔는데 밖에서 열 수가 없으니
어려운 부탁인 줄 알지만 지금 와주실 수 있냐고 여쭸습니다.
구청 직원 분도 잠시 당황하신 것 같았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인데, 어쩌다 그러셨냐며 반문하시더군요.
'급하지 않으면 연락 안 드렸을 텐데 낼 새벽에 대마도행 배를 타야 돼서요.
근데 여권이랑 짐이 안에 있으니 어쩔 수 없어서 전화 드렸어요.
늦은 시간에 정말 죄송하지만 도움 주시길 바랍니다.'
다급한 목소리로 구구절절 제 사정을 늘어놓았습니다.
누굴 기다리는 시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지더군요.
옆방 투숙객은 밤 마실 나가고 혼자 서성대며 동구청 직원을 기다렸습니다.
초량 산복도로위로 뿌연 달빛이 비추고 있는 여름 밤에
속 태우며 이 무슨 청승인지.
한 삼십 여분 지났나 봅니다.
젊은 남자 직원이 오셨습니다.
생판 낯선 사람이 그렇게 반갑긴 처음입니다.
반색을 하며, 와주셔서 너무 고맙다, 번거롭게 해드려 정말 미안하다, 덕분에 살았다,
암튼 반갑고 고마운 맘에 호들갑을 떨었던 것 같습니다.
퇴근하고 잠자리에 들 시간에 택시를 타고 달려 와주신 분께 감사의 뜻으로 택시비를 건넸습니다.
극구 사양하시곤 낼 새벽에 나간다 하시기에 급히 온 거라며 여행 잘 하시란 말을 남기고 서둘러 가셨습니다.
가슴 한 곳이 묵직해지더군요.
이렇게 따뜻한 분이 아직 있구나 싶어 가신 곳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대마도여행은 그 분 덕분에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사례도 못하고 그냥 온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어떤 방법으로 이 분의 친절을 알려야 할 지 고민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