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거리를 알아볼 아무런 이정표도 없다.
길의 윤곽조차도 남아있지 않은 이 자리에 나는 왜 서 있는 건지
도무지 알 길 없는 단대 오거리에서 한순간 망연해진다.
이 길 어딘가를 관통했던 사십 년 전의 삼 년간
가파른 언덕 아래 239번 종점에서 삼화운수 버스를 타고
강남구 신사동에서 차를 갈아타고 종로로 통학했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처럼 길도 자취없이 사라져버렸다.
부산이며 대구며 나 살던 골목을 찾아
눈으로 마음으로 더듬는 동안 뭘 하느라 가까운 이곳은 놓쳤던 걸까.
신구대학교 앞 허허벌판은 빌라와 아파트로 빼곡해졌다.
언덕을 오르내리느라 버거웠던 그날들이 과연 있기나 했던가.
흔적조차 찾기 힘든 그때 그길과 시간들
나의 오랜 기억들은 어디에서 되찾아야 할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쫓겨난 도시 빈민들이 살아가던 성남 공단이
천당 아래 분당으로 변해간 세월
정말이지 종잡을 수 없는 게 세상사다.
헛헛한 마음에 나홀로 들이키는 아이스티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