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평원 어디쯤에 몽골식 휴게소가 있었다.
간이식당이라 말해야 걸맞을 그곳은
'유르타'라는 러시아어 간판이 붙은 현대식 게르였다.
막막한 길을 한참 동안 달리다 만난 야트막한 건물들이
낯설었음에도 무척 반갑게 여겨졌다.
그리 멋 부리지 않은 목조의 무덤덤한 건축물들은
건조한 이곳의 삶이 어떠할지 대강 짐작케 했다.
풍경이라곤 황량한 평원 뿐
이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의지해서 살아왔을까.
팔백여 년 전 칭기즈칸이 점령했던 땅 시베리아에
러시아인이 된 몽골의 후예들이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몽골의 음식을 먹으며 몽골의 거주지에서
희노애락과 생로병사, 인간사의 고뇌를 겪으며 현재를 살아간다.
몸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유목민의 유전자가
아직도 허허벌판 이 불모지를 벗어나지 못하게 했던 걸까.
새파란 겨울 하늘 아래 끝없이 이어진 2차선도로
차량조차 뜸한 그 길 위로
시베리아의 정적만이 내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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