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책 이야기

모든것이 산산이 무너질때 / 페마 초드론

정진숙 2010. 11. 12. 10:33

책의 제목과 같은 상황일 때 우린 어떤 행동을 할까.

혹자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내뿜기도 하고 혹자는 말 그대로 무너져 내려 더 이상 아무 것에 안주하지 못하게도 될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 둘 사이에서 끝없이 방황하며 생의 기운을 모조리 소진할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절망하게 되는 일이란 반드시 산더미 같이 큰 일만은 아니다.

삶의 소소한 일도 때론 감당키 어려운 무게로 다가온다.

그럴 때마다 정면으로 맞서기 보단 회피하고픈 나약함이 고개를 들어 마치 그 일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모른 척 외면하기도 한다.

결코 옳은 처신이 아닌 줄 알면서 말이다. 

달리 길을 찾지 못하는 이에게 페마 초드론은 편안히 그 문제들에 다가서는 길을 열어준다. 

그녀는 동양의 철학에 입문한 서양여성이다.

신비의 영역에 속한 명상의 길을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선호하는 서양인의 시선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신선하다.

그녀의 안내를 받으면 먼 길을 돌아 만나게 되는 명상이란 화두에 조금 더 수월하게 다가설 수 있다.

세상 모든 건 나를 통하고 나서야 진정한 소통을 하게 되는 게 아닐까.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 일들이 나를 통해 지나가는 것을 피하지 말고 지켜보라.

고통조차도 나를 통과하여 지나갈 수 있도록.

그녀의 잠언들이 그 고통을 아픔 없이 받아들이고 다시 내보내는 길을 일러준다.

 

"누구나 곤경에 처하면 마음이 옹졸해진다.

살다보면 비참하고, 억울하고, 스스로 불쌍하고, 가망없어 보일 때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온갖 나쁜 일에 달달 볶여서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울 때가 바로 내 마음이 부쩍 자라는 성장점이다.

눈 앞에 벌어진 사건을 두고 내가 나약했다거나 상대가 강했다고 마음의 진술서를 쓰지 마라.

내가 멍청했다거나 상대가 나빴다고 정의하지도 마라.

나와 상대에 대한 온갖 불평불만을 모두 중단하라.

그리하면 우리는 외부에 대한 모든 경계심을 풀어놓고 무엇을 할지 모르는 투명한 마음 그대로,

그 순간의 원초적이며 변화무쌍한 에너지와 더불어 그냥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할 수있다.

바로 그 자리가 온갖 개념과 언어의 이면에 감춰진 진정한 속뜻을 알아 차릴 수 있는 지점이다."

 

"혼란은 우리 내면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더 높고 더 순수한 것을 애써 찾지 마라.

우리는 지금 그대로 완벽하다. 지금 그대로에 머물라.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 이것이야말로 나의 터전이다.

그러니 자신의 터전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매 순간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어떤 길을 갈 것인가?

내 존재의 거칠고 순수하며 적나라한 측면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자신이 꾸며낸 이야기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삶의 속도를 늦춰 지금 이 순간에 머물고, 숱한 비판과 음모를 놓아버리고, 대립을 멈추어야 한다.

고통에 대해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밀쳐내는 대신 송두리째 들이마셔라.

온 세상 모든 존재의 고통을 들이마시고, 온 세상 모든 존재를 향해 평화와 행복을 내보내라.

그러면 차츰 고통은 기쁨으로 전환될 것이다.

인생의 혼돈과 고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부디 마음을 비우고 홀가분해지는 시간을 가져라."

"자신의 기준을 내려놓고, 지금 있는 그대로 편안해져라."

 

"우리는 흔히 위기의 순간에, 그 시험을 통과하거나 고민만 해결하면 모든 문제가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세상에 진정으로 해결되는 일은 없다!'는 게 우리가 배워야 할 진리다.

세상 만물은 모였다가 다시 흩어질 뿐이다.

그리고 또 다시 모였다가, 또 다시 흩어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세상은 원래 그렇게 움직인다.

진정한 치유란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을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내면에 넉넉한 빈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슬픔이든, 고통이든, 기쁨이든 그게 무엇이든 일어나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날카로운 창끝에 몸을 기대라."

 

"무너질 것은 무너지게 내버려두고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뿌리 내려라.

그때 비로소 우리 앞에 진짜 삶이 펼쳐진다!"

 

무너져 내리는 것에 더 이상 연연하지 말자.

어찌 해보려는 시도를 멈추고 그대로 내버려두고 지켜보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삶은 또 이어지기 마련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