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지자라 신탁 받은 소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다만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 뿐이다.”
무지함을 알고 있기에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말이 다소 역설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뭘 좀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 크나큰 무지일 수도 있다면 자신의 무지를 잘 알고 있다는 건 현명하다는 뜻도 될 성싶다.
살아가면서 종종 겸손이 미덕임을 잊을 때가 있다. 내가 아는 모든 건 단지 나만의 착각임에도 불구하고 제 분수를 잊고 종종 오만해지곤 한다. 아차싶어 무안해지는 순간, 나는 내가 뭘 모른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근래에 자주 만난 한 친구와 저녁식사를 같이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일상사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벼운 반주를 겸한 자리였다. 늦은 퇴근 후라 무던히 지친 탓인지 빠르게 취기가 올랐다. 요즘 사는 게 어떻고 해가며 서로의 푸념이 이어지던 끝에 친구가 넋두리를 한다.
“나이 드는 게 참 슬프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뭐가?”
“밤 꼬박 새워 놀고도 멀쩡히 아침에 출근 잘했거든. 겨우 두어 잔에 이게 뭐야.”
고만고만한 하소연이 지루하게 이어져 살짝 짜증이 나던 차였다.
“나이 드는 걸 어떻게 해. 지금이 스무 살 때랑 같을 순 없잖아.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여. 그래야 편한 거 아냐?”
말 인 즉은 맞는 얘기였다. 하지만 되돌아온 반응은,
“넌 꼭 그렇게 말해야 하니?”
“......”
친구의 반문이 당황스러웠다. 잠시 텀을 두고 친구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 네 말이 맞는 거 같아. 그냥 그래주면 안 되는 거야?
꼭 이유를 붙여 설명하고 가르쳐야 되는 거냐고.”
아뿔싸, 내가 그러고 있었다. 친구가 바란 건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이로서의 단순한 공감이었다. 난 어설프게 아는 척을 한답시고 열심히 내 생각을 읊어대고 있었으니. 그저 긍정의 끄덕임이면 충분했을 텐데 말이다.
동상이몽이라는 말이 있듯이 같은 자리에서 함께 있어도 생각은 각자의 범주 안에서 따로 맴돈다. 누구라도 내 맘과 똑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도 나를 쉽게 어찌하지 못하는데 누군가를 나의 바람대로 이끌기란 애시 당초 불가한 일이다. 그런데도 섣부른 충고나 조언이 유효할 거란 착각을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너 자신을 알라!
나는 과연 너보다 나은가, 되묻고 되물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