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 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 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진정한 여행>
터키의 민중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참 의아했다. 왜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일까. 오래도록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했지만 뚜렷하게 떠오르는 답이 없었다. 다만 인간은 끊임없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동물이기에 더 나은 성숙한 날들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짐작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의 철학을 지니고 살아간다. 때론 고집스러울 만큼 자신의 생각에 집착해 남의 조언이나 충고를 외면하고 아집에 묶여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열린 마음으로 나 아닌 타인의 메시지를 경청한다면 조금 더 원숙한 사고를 지니게 되리라. 그런 맥락에서 유연하게 살고자 애쓰고 노력하게 된다.
조화롭게 어우러져 잘 살아보고자 애쓰는 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반대로 서로에게서 소외되어 가고 있다.
"인간은 불완전한 동물입니다. 제 스스로 불완전한 걸 알아서 사회라는 집을 만든 것일진대, 불완전한 그들이 지은 사회가 그들의 의지처가 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사회는 이미 의지처로서의 역할을 다 잃은 듯합니다. 경계는 가파르기 이를 데 없고, 분열은 가속을 받아 자학적 수준에 도달했으며, 생명가치는 효율성에 의해 일사분란한 서열화를 이루었습니다." <박범신의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배우라'>
문명은 분명 진화를 향해가고 있지만 결과는 처참하다. 물질적인 풍요와는 다르게 감성은 날로 황폐해져 가고 점점 공허해지는 정신의 공황현상을 놓고 과연 우리는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너보다 많이 가지려는 욕심과 너보다 내가 옳다는 논리가 치열한 경쟁심을 부추기고 각박한 오늘을 만든 건 아닐까.
어떻게 바꿀 것인가. 안타깝지만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한 가지 방법은 있다. 내가 바뀌는 것이다. 남이 바뀌길 바라는 것보다 나부터 바뀌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내 생각의 변화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준다.
서로 나누는 섬김의 마음과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배려의 마음이 삶을 따뜻하고 평화롭게 만드는 지혜임을 곱씹어본다. 백가지를 알아도 한가지의 실천이 없다면 백가지 모두가 무용지물이다. 깨달음을 밖으로 펼쳐내는 일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더 성숙한 나를 위해 모두를 긍정하는 착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아직 살지 않은 최고의 날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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