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그 섬으로 가는 마지막 배가 운항을 멈추고 뱃길 위에 연육교가 놓였다.
빠름과 편리가 느림과 불편이 주는 낭만을 앗아가고 만다.
젊은 날의 석모도 가는 길은 두근거리고 설레는 여행길이었다.
신촌로타리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강화터미널에 내리면
선착장이 있는 외포리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하는 제법 먼 길.
두어 시간 버스에 시달리며 가더라도 즐거웠던 여행이다.
십여 분 거리의 짧은 바다 길을 배를 타고 건너가는 기분도 별스럽고 좋았는데
이젠 그 모든 것이 옛일이 되고 말다니.
선착장 근처의 갈매기들은 갈 길을 정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민박집 옥상 난간에서 더러는 갯벌 위 상공에서 초점 잃은 시선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석모도 가는 바다길
뱃전 위로 날아오르던 갈매기의 비상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인가.
시간의 강을 건너며 사라지는 풍경들
외포리 선착장에는 변해가는 것의 쓸쓸함이 묻어있다.
청춘이란 단어와 동급이었던 신촌에서 시외버스를 탈일도
외포리에서 배를 갈아탈 일도 없어진 석모도.
그렇다하더라도 아득해진 그 섬의 기억들이 모두 소멸되는 건 아니다.
추억이란 이름으로 소환되어 다시 살아나는 풍경 안에선
석모도는 여전히 뱃길로 가는 낭만의 섬이다.
향긋한 봄날의 바다, 뜨거운 여름날의 해변, 볕 좋은 가을날의 코스모스길
추운 겨울날의 시린 들판, 기억 속 풍경 안의 사람들.
좋은 것만 생각나는 석모도 길을 반가운 이들과 다시 걸었다.
강화나들길 8길 황산도 마을에서 장마철 잿빛 서해바다와 조우한다.
초지대교 아래를 유유히 흐르고 있는 염하강
그 강에 얽힌 병자호란의 슬픈 사연을 들으며
인솔 대장의 해박한 역사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해당화 열매 붉게 익어가는 나들길을 걷는다.
다시 24인승 미니버스를 타고 석모대교를 달린다, 아니 서행한다.
달라진 석모도 풍경을 보고 싶은 이들의 행진
왕복 2차선도로의 연육교 위로 차량의 더딘 행렬이 이어진다.
연육교를 건너 어류정항에서 강화나들길 11길 석모도바람길을 걸었다.
습한 해풍이 무더위를 더욱 심하게 만들지만 우린 마냥 즐거웠다.
잠시 후 도착한 민머루해변
해변은 휴일을 즐기는 인파로 북적인다.
나무 그늘아래 평상을 빌려 그 인파에 포함되어 맛난 점심을 먹는다.
고기와 술과 웃음이 넘치는 여름 한낮의 파티는 유쾌하다.
소나기 지나간 푸른 들길을 걸어 보문사로 향한다.
논두렁 둑방에 앉아 시름없이 보낸 시간들
세월 지난 어느 먼 훗날 그리움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아름다운 길 함께 한 이들이여.
고맙고 감사했다오.
바람 좋은 가을 날 모두 그 길에 다시 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