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대리에서 보낸 가을 / 이상국
면에서 심은 코스모스 길로
젊은 여자들이 달리기를 한다
그들이 지나가면 그리운 냄새가 난다
마가목 붉은 열매들이 따라가보지만
올해도 세월은 그들을 넘어간다
나는 늘 다른 사람이 되고자 했으나
여름이 또 가고 나니까
민박집 간판처럼 허술하게
떠내려가다 걸린 나무등걸처럼
우두커니 그냥 있었다
이 촌구석에서
이 좋은 가을에
나는 정말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여러 번 일러줘도
나무들은 물 버리느라 바쁘고
동네 개들도 본 체 만 체다
저들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는데
나도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소주 같은 햇빛을 사발때기로 마시며
코스모스 길을 어슬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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