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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기차여행, 희방사

정진숙 2021. 9. 19. 09:11

명산 소백산이 품은 고찰 희방사는 643년(선덕여왕 12)에 두운이 창건하였으며, 호랑이에 얽힌 창건설화가 전하고 있다.

두운은 태백산 심원암에서 이곳의 천연동굴로 옮겨 수도하던 중, 겨울밤에 호랑이가 찾아 들어 앞발을 들고 고개를 저으며 무엇인가를 호소하였다. 살펴보니 목에 여인의 비녀가 꽂혀 있었으므로 뽑아주었다. 그 뒤의 어느 날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보니 어여쁜 처녀가 호랑이 옆에 정신을 잃고 있었다. 처녀를 정성껏 간호하고 원기를 회복시킨 다음 사연을 물으니, 그녀는 계림의 호장 유석의 무남독녀로서, 그날 혼인을 치르고 신방에 들려고 하는데 별안간 불이 번쩍 하더니 몸이 공중에 떴고, 그 뒤 정신을 잃었다고 하였다. 두운은 굴속에 싸리나무 울타리를 만들어 따로 거처하며 겨울을 넘긴 뒤 처녀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유호장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동굴 앞에 절을 짓고 농토를 마련해주었으며, 무쇠로 수철교를 놓아 도를 닦는 데 어려움이 없게 하였다.

1850년(철종 1) 화재로 소실되어 강월이 중창하였으나 6·25 때 4동 20여 칸의 당우와 사찰에 보관되어오던 『월인석보』권1과 권2의 판본도 함께 소실되었다. 그러나 주존불만은 무사하여 두운이 기거하던 천연동굴 속에 봉안하였다가 1953년에 주지 안대근이 중건한 뒤 대웅전에 봉안하였다.

문화재로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26호인 동종(銅鍾)과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높이 1.5m와 1.3m의 부도 2기가 있다. 동종은 1742년(영조 18)에 제작되었는데, 특히 은은한 종소리가 유명하다.

소백산 희방사코스는 경사가 가파른 탐방코스로 빠른 시간에 연화봉 정상을 오를 수 있는 최단코스이다.희방계곡과 희방폭포, 희방사를 감상할 수 있는 소백산의 대표 탐방코스로 조선시대 석학 서거정은 희방폭포를 보고 ‘천혜몽유처’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폭포인 희방폭포와 고대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희방사를 감상하실 수 있는 코스이다. 매년 5월말에서 6월초에는 연화봉 정상에 연분홍빛으로 물든 철쭉군락을 볼 수 있다.


2020. 6
희방사역-무쇠달마을-희방계곡-희방폭포-희방사 (왕복 5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