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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봉산(1,424.2m)은 설악산국립공원에 속하는 봉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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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껏 점봉산 전체가 국립공원 구역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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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동쪽 자락인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는 공원지역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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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공원 구역을 조정하며 이 일대 산록이 새롭게 국립공원으로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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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존된 수림과 아름다운 자연이 국립공원의 조건을 충분히 갖췄기 때문이다.
진동리는 전국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눈 많은 동네다. -
그만큼 사람이 살기 어려운 오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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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포장도로가 나고 터널이 뚫리며 그런 심심산골의 분위기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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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정규 등산로가 개설될 예정이라 앞으로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점봉산 등산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
하지만 주능선 일대가 설악산국립공원 구역으로 묶이며 일부 구간의 산행이 통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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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진동리에서 점봉산으로 연결된 코스가 올해 안에 정식으로 개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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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곰배령과 점봉산~단목령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점봉산 실크로드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 ▲ 곰배령을 오르는 사람들. 강한 바람에 바닥에 쌓여 있던 눈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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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박용환 계장 일행과 점봉산 등산로를 개방에 앞서 현장을 답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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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보전과 소속인 박 계장은 이번 공원구역 조정 타당성 조사를 위해 점봉산을 열 번 이상 올랐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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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분소의 권기현, 양승국씨도 이번 산행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동행했다.
“공원구역으로 편입된 점봉산 지역은 활엽수 원시림으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곳입니다. -
이미 이 일대 2,049ha가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되어 인제국유림관리소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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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편입으로 특별히 바뀌는 것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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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에서 관리하는 등산로의 개설로 오히려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올해 중반쯤 등산로 개방될 듯
겨울철 곰배령 가는 길은 말 그대로 눈밭이다. -
큰 눈이 한번 내리면 엄청난 적설량에 발이 묶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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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리에서 조금 외진 곳에 차를 세웠다가는 눈이 녹을 때까지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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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포장도로가 없었던 그 옛날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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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도 양수발전소 입구에서 진동리 삼거리까지는 여전히 비포장도로로 남아 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다. -
하지만 강원도는 적설량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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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리에 쌓인 눈도 20~30cm 정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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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늦어도 2월 초까지 큰 눈이 내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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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이 보이지 않던 옛날만큼은 아니더라도 허리까지 빠지는 눈은 흔하기 때문이다.
진동리 삼거리에 개인이 운영하는 널찍한 주차장이 들어섰다. -
찾는 이들이 많아지다 보니 자생적인 시설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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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강선리로 이어진 임도 초입에도 큼직한 건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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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산림청이 운영하는 점봉산생태관리센터로 작년 11월에 개소한 시설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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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자원유전자보호림을 관리하고 곰배령 생태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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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국립공원 분소도 이 근처에 생길 예정이다.
- ▲ 점봉산 능선에 위치한 괴물 주목. 우산처럼 자란 가지가 하늘을 덮었다.
- 강선리 가는 길은 눈이 쌓여 있었지만 널찍하고 평탄했다.
- 경운기나 소형 트럭이 오갈 수 있는 규모다.
- 오래전의 구불구불하던 산길이 아니었다.
- 그 이유는 주차장에서 2km 정도 떨어진 강선리 마을에서 찾을 수 있었다.
- 옛날 깊은 산골의 오지가 이제는 최신식 별장들이 들어선 휴양단지가 된 것이다.
“작년에도 세 채나 새로 지어서 이제 20가구 정도 될 겁니다. - 이 동네에는 집짓기가 어려워요.
- 자재를 운반하는 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 그래도 공기 하나는 좋지요.”
마을 끝집에서 만난 할머니가 지나가는 취재팀을 보고 인사를 했다. - 그 집도 최근에 지은 듯 아직 주변이 어수선했다.
- 이 마을 끝집을 지나면 꽁꽁 얼어붙은 계곡을 건너는데,
- 이 물줄기 건너편부터 새롭게 지정된 국립공원 구역으로 들어간다.
곰배령까지 이정표 등 안내시설 충분
산길은 호젓하고 완만했다. - 계단과 목책 등 깔끔하게 단장한 시설물이 곳곳에 눈에 들어왔다.
- 산림청에서 지난해 설치한 것들이다.
- 현재 점봉산생태관리센터는 곰배령까지 편도 4.8km를 왕복하는 생태안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이를 위해 안내판과 이정표 등을 세운 것이다.
- 향후 국립공원 기준에 맞춰 이러한 시설물에 대한 보완이 추진될 예정이다.
활엽수와 전나무가 혼재되어 자라는 독특한 숲을 지나 오르니 - 멀리 하늘금을 그린 곰배령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 눈이 많지 않아 의외로 산행이 쉽게 진행됐다.
- 하지만 날씨가 유난히 추워 숨을 쉴 때마다 코 속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 목출모를 뒤집어쓰고 발을 동동 구르며 빠르게 걸었다.
- 추위를 이기는 데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곰배령이 가까워지자 나무들이 작아지며 서서히 시야가 터졌다. -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산 너머 멀리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 백두대간 너머로 굵직하게 뻗은 설악산 자락도 눈에 들어왔다.
- 끝청과 중청, 대청봉이 사이좋게 솟아 있다.
- 이렇게 시야가 좋은 것은 추위 때문이다.
- 낮은 기온 탓에 공기 중에 수증기가 거의 없어 멀리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곰배령 정상에는 지그재그로 디자인된 목조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 고원 초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설물이다.
- 바람이 심한 곳이라 고갯마루에는 눈이 다 날아가 땅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 그리고 데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가 세워져 있다.
- ▲ 1.진동리 삼거리에 새롭게 들어선 점봉산생태관리센터. / 2.탐방객을 위한 데크가 설치된 곰배령 정상. / 3.작은점봉산 능선길의 심설. 바람이 만든 작품이다. / 4.작은점봉산과 점봉산 사이의 평탄한 능선에서 본 내륙의 산 병풍.
- 이 시설은 아타김이라는 예술가의 ‘The Project - Drawing of Nature’라는 설치 미술이다.
- 이 앞의 안내판에 ‘인간의 간섭 없이 캔버스가 스스로 자연의 흔적을 채집하는 프로젝트’라는 설명이 쓰여 있었다.
- 아무것도 아니지만, 재미있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 비, 바람, 눈 맞은 캔버스의 앞날이 궁금하다.
곰배령에서 점봉산 가는 산길에는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다. - 하지만 이 구간의 등산로 조사와 설계, 시공을 마치면 정식 탐방로로 열어줄 계획이다.
- 지금까지 조사된 바로는 최소한의 시설로 현 상태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 물론 위험지역에는 안전시설이 추가될 수 있다.
점봉산 오르는 능선길 조망 탁월
곰배령을 벗어나 작은점봉산을 향해 올랐다. - 그다지 급하지 않지만 꾸준하게 이어지는 오르막에서 숨을 헐떡였다.
- 비교적 순조로운 진행이었다.
- 눈이 쌓여 있었지만 누군가 희미하게 지나간 흔적이 있어 어렵지 않게 정상에 섰다.
- 하지만 작은점봉산 정상부에 이르니 바람에 몰려와 쌓인 눈이 제법 깊었다.
- 족적도 사라져 잠시 길을 잃었다.
- 하지만 빤히 보이는 점봉산을 향해 곧바로 치고 오르니 다시 길이 나타났다.
작은점봉산 지나 널찍한 능선에서 보는 조망도 뛰어났다. - 특히 귀둔 방향으로 시원스럽게 솟은 수많은 내륙의 봉우리들이 감동적이었다.
- 바다와 설악산이 어우러진 모습도 좋았지만,
- 첩첩산중이 그려내는 산수화 역시 나름대로의 멋이 있었다.
주능선 상의 주목 군락지에서 점심을 든 뒤 정상을 향해 올랐다. - 점봉산 직전의 오름길은 스키 슬로프처럼 광활했다.
- 불어대는 바람으로 보아 나무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는 환경임이 분명했다.
- 그래도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은 아니었다.
- 춥긴 했지만 맑은 날씨에 바람까지 조용하니 다행이었다.
곰배령에서 출발한 지 2시간여 만에 점봉산 정상에 도착했다. - 맨땅이 보이는 정상에는 듬직한 표지석 하나가 외롭게 서 있었다.
- 이곳은 설악산 서북릉을 보는 전망대로 최고의 장소였다.
- 대청봉에서 끝청~귀때기청봉~안산으로 이어지는 긴 줄기가 바로 앞에서 병풍처럼 펼쳐졌다.
- 특히 너덜지대에 눈이 쌓여 설벽이 형성된 귀때기청봉은 스위스의 미봉 마터호른을 연상케 했다.
- 망대암산 일대의 화려한 암릉도 눈길을 끌었다.
- ▲ 1.정상부를 향해 오르고 있는 사람들. 기온은 낮았지만 바람은 심하지 않았다. / 2.점봉산 오름길 중간의 전망대에서 동해를 바라보고 있다. 멀리까지 시야가 터지는 날이었다. / 3. 표지석과 이정표가 외롭게 서 있는 점봉산 정상. / 4. 점봉산 답사에 동행한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 왼쪽부터 권기현, 박용환, 양승국씨.
- 백두대간 산길은 멧돼지 천국
정상에서의 짧은 시간을 뒤로하고 백두대간을 따라 단목령으로 출발했다. - 오색에서 점봉산으로 연결된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어 길은 뚜렷했다.
- 정상에서 내려서는 부분의 급사면을 지나면 능선의 경사는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 등산로 주변은 빼곡하게 나무가 둘러섰다. 조망을 기대하기 힘든 곳이다.
오색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능선을 따라 직진했다. - 단목령까지는 오르내림이 비교적 적은 능선길이다.
- 의외로 길이 넓었는데, 산길이 멧돼지 발자국으로 어지럽다.
- 길을 따라 나란히 걸어간 것이 있는가 하면, 이리저리 산길을 가로지른 것도 많았다.
- 발굽이 뾰족한 것에 찔렸는지 피가 묻어 있는 발자국도 있었다.
- 숲이 우거지고 능선이 완만해 멧돼지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점봉산 정상에서 단목령까지는 6.6km로 제법 먼 거리다. - 능선길이지만 주변에 구릉지가 많아 산길이 뚜렷하지 않을 때는 길을 잃을 수도 있다.
- 하지만 산길이 정비되면 큰 어려움 없이 산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 정상에서 2시간 반 정도 진행하니 오른쪽으로 갑자기 고도가 떨어지며 고개로 내려섰다.
- 목적지인 단목령이다.
단목령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설치한 지킴터가 있다. - 백두대간 종주객 단속을 위해 설치한 곳인데,
- 앞으로 등산로가 개설되면 그 역할이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 여기서 남쪽 계곡을 타고 정확히 1km 거리에 출입통제용 목책이 나타난다.
- 이 출입문을 지나 마을길을 따라 600m 걸어 나오면 출발지점인 진동리 삼거리에 닿는다.
- 진동리 기점의 점봉산 원점회귀 산행은 겨울철 당일로 뛰기에는 확실히 뻐근한 거리였다.
- ▲ 점봉산 정상에서 본 서북릉. 왼편에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가 귀때기청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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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길잡이 Guide 하루 100명 입산… 인터넷 예약시스템 가동 중
진동리에서 점봉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허가가 필요하다. -
엄밀히 이야기하면 아직 정식으로 길이 개방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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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곰배령까지는 북부산림청 점봉산생태관리센터(033-463-8166) 홈페이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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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예약시스템을 통해 접수하면 합법적인 산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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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인원은 선착순 100명으로, 팀은 30명을 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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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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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절기에는 오전 10시와 11시에 인제국유림관리소에서 배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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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해설가나 등산안내인의 안내를 받아 탐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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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입산예약시스템은 관리주체가 변동될 수 있으나 제도는 존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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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예방기간(봄철 2.1~5.15)에는 입산이 통제된다.
산행기점인 진동리 삼거리 주차장에서 강선리까지는 -
경운기가 다닐 만한 길이 나 있어 오르기 쉽다(약 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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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리에서 곰배령까지는 1시간 30분~2시간가량 걸린다(3.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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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내리면 이 구간을 통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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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배령에서 점봉산까지 가는 구간은 전형적인 능선길로 바람이 심하고 눈이 깊다(3.3km).
점봉산 정상에서 단목령 방향으로 내려서면 급경사 내리막이 한참 이어진다. - 40분 정도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물소리가 작게 들리는 계곡길이 갈라진다.
- 이 가는골을 타고 내려서도 진동리 삼거리 방면으로 이어진다.
- 하지만 길이 나빠 백두대간길을 타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 주능선을 따라 평탄한 능선을 지나 다시 나타나는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면 오색갈림길이다.
- 이곳에서 주능선을 고집하면 단목령까지는 2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 눈이 많을 때는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 점봉산에서 단목령까지 6.6km.
단목령에서 진동리까지는 평지나 다름없는 느슨한 경사의 계곡길이다. - 30분이면 족한 거리다(1km).
- 진동리 삼거리에서 곰배령을 거쳐 점봉산에 오른 뒤 단목령으로 하산하는
- 원점회귀 산행은 총 16.4km 거리로 산행에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 교통
진동리로 가려면 자가용 차량을 이용한다. - 현리에서 택시를 대절할 수도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 버스도 진동리까지는 들어가지 않는다.
- 포장도로도 겨울에는 빙판이 지고 눈이 많아 위험하니 주의해야 한다.
서울 방면에서 접근할 경우, 홍천에서 들어서는 도로가 여러 가닥이다. - 철정 검문소에서 우회전해 451번 지방도로를 따라
- 아홉사리고개를 넘어 상남으로 진입하는 것이 가장 가깝지만,
- 겨울철 눈이 쌓여 있다면 위험하다.
- 눈이 많고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 인제까지 가서 31번 국도를 타고 현리로 남하하는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
현리에서 방태천을 따라 동쪽으로 난 도로를 들어가다 - 조침령 터널 직전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끝까지 들어가면 진동리다.
- 승용차로 40분쯤 소요된다.
대중교통편은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4회(09:10, 12:20, 13:45, 16:40) - 운행하는 현리행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 요금 1만8,200원, 3시간 소요.
- 현리에서 진동리 설피밭까지는 택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 택시 요금 6만 원 선. 현리 버스터미널 033-461-5364. 현리택시 033-461-5800, 461-5318.
숙식 (지역번호 031)
진동리 일대의 펜션에서 숙박이 가능하나 예약을 해야 한다. - 꽃님이네집(011-9873-7829), 세쌍둥이네 풀꽃세상(010-9159-2531) 등이 산길 입구에서 가깝다.
- 숙박요금 5만~10만 원 선. 조침령 터널을 지나 양양의 미천골자연휴양림(033-673-1806)도 거리가 멀지 않다.
- 평일 요금 4만~6만 원. 주말 성수기 7만~9만8,000원.
/ 글 김기환 기자 | 사진 허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