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쯤이나 되었나 보다. 한밤중 다급한 목소리가 직직거리는 확성기를 통해 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잠들면 업어 가도 모를 무딘 감각이더라도 그 소리엔 화들짝 놀라 깨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어나자마자 긴박한 상황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급류로 불어난 계곡물이 텐트 앞까지 차올랐다. 가벼운 알루미늄 코펠이 물살에 흔들리며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간밤에 별다른 주의 방송이 없었는데 순식간에 쏟아진 폭우로 계곡물이 불어난 모양이다. 다급히 짐을 챙겨 도로 위쪽으로 피신했다. 아닌 밤의 홍두깨 같은 단양 상선암계곡에서의 소싯적 추억이다. 계곡 상류라곤 하지만 장마철 물가에 텐트를 친 게 불찰이었다. 정신없이 짐을 옮기곤 비 맞은 생쥐가 되어 한참동안을 오소소 떨며 앉았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캠핑객들의 짐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