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를 닦는 숫돌

정진숙 2013. 8. 9. 21:04

 

 


 

耳中常聞逆耳之言, 心中常有拂心之事,이중상문역이지언,심중상유불심지사,

 

總是進德修行的砥石. 총시진덕수행적지석.

 

귀 속에 항상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 마음 속에 항상 마음에 꺼리는 일이 있으면

그것은 곧 덕을 발전시키고 행실을 갈고 닦는 숫돌이 되리라.

 

예전에 메모해 둔 글귀들을 뒤적이다가 이 문장을 발견했다.

언제 이런 구절을 담아 두었는지.

제대로 새기지도 못할 어려운 문장을 옮겨 둔 걸 보면 이 글을 읽었을 그때 마음에 상처 된 일이 있었나 보다.

사람 사는 세상에 분쟁이 끊일 날이 있으랴마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에 담담하기란 참 어려운 노릇이다.

그러나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듯이

내 삶에 진정으로 약이 되는 소리는 쓴 소리가 아닐지.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것은 고통이라고 한다.

비약적일지 모르겠지만

살아가며 마주치는 쓴 소리는 나를 성장시키는 디딤돌이 된다.

모름지기 제 스스로의 단점을 발견하고 또 스스로 단점을 고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타인의 충고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남의 입바른 참언을 곱게 새겨듣기란 힘든 일이다. 

채근담의 이 가르침대로 거슬리는 모든 것은 나의 덕과 행실을 갈고 닦는 숫돌과 같다, 생각한다면

나를 거슬리게 하는 말과 사건에 발끈할 게 아니라 감사히 여겨야 할 것이다.

늘 칭찬을 듣고 산다면 바람직한 삶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좋은 말에만 익숙해지다 보면 자신을 닦음에 소홀해지고 자칫 교만해짐이 문제다.

윗글에 이어진 다음 문장은 나를 즐겁게 하는 말과 일을 왜 경계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일러준다.  

 

若言言悅耳 事事快心,

便把此生,埋在鴆毒中矣.

약언언열이 사사쾌심,

편파차생,매재짐독중의.

 

만약 말마다 귀를 기쁘게 해 주고, 일마다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면

그것은 곧 인생을 무서운 짐독(짐새의 깃에 있는 맹렬한 독) 속에 파묻는 것과 같다.

 

한 번뿐인 귀한 인생을 맹독 속에 빠뜨릴 수는 없잖은가. 

귀를 기쁘게 해주고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말들은 약이 아닌 독이다.

나의 덕과 행실을 갈고 닦는 숫돌은 내게 거슬리는 참언들이다.

쓴 소리에 귀기울여 스스로를 더욱 연마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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