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해
혼자서 한양도성 순성길 목멱산구간을 돌았습니다.
연 이틀 내린 가을비로 선선해진 날
하늘은 구름이 채 걷히지 않아 어둑하더군요.
저 멀리에 북악산, 낙산, 삼각산, 도봉산이 마주 보였습니다.
한양 도성의 외사산과 내사산이 병풍처럼 서울을 감싸고 있더군요.
한 순간 성벽과 그 산들 사이 모든 건물이 사라지고
오로지 산과 성벽만 있는 듯 착각이 들었습니다.
구름 낀 하늘 아래 우뚝 선 산들이 신성하게 보였습니다.
장충단공원엔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여유를 즐기더군요.
노래 속 비 오던 날의 우울함은 사라지고 장충단은 환한 표정으로 맞아주었습니다.
국립극장으로 향하는 남산 순환도로는 오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예전엔 건물을 찾아보기 힘든 길이었는데 남산기슭도 많이 달라졌더군요.
변한 건 길만이 아니겠죠.
가을이 성큼 다가선 저녁
장충단에서 남산, 회현동에서 명동까지
추억의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남산도서관에 대한 옛 이야기로 한껏 들떴던 우리
겉모습은 세월 따라 변해가도
마음은 여전히 청춘인가 봅니다.
남대문시장 갈치골목에서 생선구이와 조림을 안주삼아 술 한 잔 기울일 때
서로 비슷한 맘으로 함께한다는 것이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게다가 명동 길도 오랜만에 걸어 좋았는데
분위기 좋은 사보이에서 파스타에 맥주 한잔 하는 호사도 누렸습니다.
일부러 챙겨주러 오셨다는 산우의 넉넉한 마음 고맙습니다.
카페 원년 멤버이신 네 분과
오붓하게 가을밤 추억 길을 걸었습니다.
다음에 또 뵙기를 바라며 동행하심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모두모두 행복한 시월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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