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잘 지냈니??
사격 훈련 해 본 소감은 어떠니?
게임과는 많이 다를거 같은데.
3소대장님께서 아침 일찍 지난 번 편지를 출력 하셨네.
애고 한발 늦었지 뭐니?
그래도 이렇게 자주 안부 전할 기회를 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편지 젤 많이 받은 장병은 상도 받는다고 그러더만 정말인가 모르겠다.
울 아들은 일단 그럴 확률은 없겠다.
다른 아들들은 아빠들도 열심히 편지 쓰시니까 호준이 한테 기회오긴 틀렸어.ㅋㅋ
어제 오늘은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비 그치고 나면 부쩍 쌀쌀해 지겠지.
화천은 여기 보다 더 빨리 추워질텐데 감기 조심해야겠다.
네 방 난방 공사는 아직도 진행중...
지금 공사하러 온다는데 설마 겨울 오기 전엔 끝나겠지.ㅎ웃기지.
지난 주 봉정암 다녀올 때 등산화 바닥이 들떠서 고생 좀 했어.
걸을 적마다 밑창이 덜렁거려서 제대로 걸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임시 방편으로 비닐로 묶어서 간신히 올라갔지만 대여섯 시간을 내려올 일이 참 암담했다.
그런데 궁하면 통한다고 조금 내려가다 보니까 눈 앞에 망사로 된 덧버선 하나가 눈에 띄는거야.
그 산중에 도저히 그런 게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한 일이다.
사는 건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한거 같다.
물론 우연이지만 내가 너무 간절하니까 필요한 게 나타난거지.
그래서 원하는 게 간절하면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암튼 그 덧버선을 신발 앞에 덧 씌우고 편안히 잘 걸어서 내려올 수 있었다.
살다보면 한순간 한순간들이 모두 깨달음을 주는 것 같구나.
허튼 시간이란 없고 모든 시간들이 늘 의미가 있는 것이지.
세 사람이 모이면 그 중에 스승이 꼭 한 사람 있다고 아마 많은 스승들이 너와 함께 하겠지.
단 한번 뿐인 군생활에서 귀한 깨달음을 얻고 있을거라 믿는다.
호준아..널 매일 생각하면서 엄마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오늘도 감사와 더불어 편안한 날 되길 빈다.
반갑게 만날 날 그리며 11중대 아들들의 건강과 무사고 안전을 기원한다.
아들 사랑해...11중대 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