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일곱번째 편지

정진숙 2010. 9. 21. 20:52

 

 

 

보고싶은 호준아.

내일이 추석인데 편히 잘 쉬고 있니?

벌써 밤 공기가 서늘하구나.

화천에서 보는 한가위 보름달은 유난히 밝겠다.

강원도에서 네가 지낼 일이 또 언제 있겠니. 

가까이서 자연의 숨소리를 잘 들어보렴.

가을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게 어떤 건지도 느껴보고.

힘든 훈련 중에도 간간히 떠오르는 상념들이 있겠지.

네 안에서 이는 모든 감정들은 소중하고 이유가 있는 거니까 잘 음미해 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곳은 지금 내가 있는 곳.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은 지금 내가 하는 일.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다.

이 세가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성공의 열쇠다.

너무 원론적인 얘기지만 맞는 말이야.

지금에 충실하지 못하면 그 무엇도 보장 받긴 어렵지.

이왕 처해진 지금이라면 즐겁게, 기꺼이 달게 받자.

울 아들이야 긍정의 대가라 무조건 믿는다.

조금 고달픈 건 단련받기 위한 과정이니까 무조건 필승!!

 

이번 주는 사진도 없고 주간 소식지도 아직 없다.

아들 얼굴 한번 보는 낙에 일주일 견디는데 너무 하시네요.

그래도 씩씩하게 잘 지낼게.

울 아들도 힘내서 한주 잘 보내기!!

명절 전에 편지라도 전해지면 좋겠다.

호준아, 많이 많이 사랑해.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지내라.

또 보자 아들...필! 승!

 

<P.S>

아들, 방금 네 사진보고 우울모드 완전 탈출~~~

어쩜 그렇게도 환하게 웃니...ㅜㅜ반가움의 눈물이야.ㅜㅜ

건강해 보여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11중대 장병 여친이 영상편지 만든다고 해서 사진 몇장 보냈어.

26일에 교회 예배시간에 보여줄 거라고 하니까 그 날은 교회로 가서 꼭 보길 바란다.

호준아, 얼른 보고 싶다.

 

<2010.9.21.새벽에>

 

 

호준아, 건강하게 잘 지내니?

오늘 아침은 날씨가 부쩍 차가워 진 게 느껴지는구나.

낼 모레가 추석이라 계절은 못 속이는 것 같다.

올 추석엔 호준이가 없어서 많이 쓸쓸하겠다.

그래도 연휴 3일 동안은 울 아들이 조금 편히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야.

송편이랑 명절 음식도 부대에서 주려나?

다른 분 글 보니까 쉬는 동안 전화도 할 수 있다던데.

아들 목소리 듣고 싶으니까 너무 고집 피우지 말고 엄마한테 전화 좀 해주삼.

지난 주엔 12중대에 새로운 훈련병들이 왔더라.

안타깝게도 10중대에 입소 했다가 몸이 안좋아져서 12중대로 유급된 훈련병이 있었어.

같은 부대서 훈련 받게 된 인연에 남의 일 같지 않고 마음 아팠다.

아들 소식을 직접 대하지 못해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너 보내고 근심 걱정으로 매일매일 소식 기다리던 일이 벌써 오래 전 일 같다.

그새 엄마는 적응이 돼서 다른 부모들 애타는 마음을 위로하고 있어.

호준아, 집엔 별 일 없으니까 아무 염려 말고 훈련 성실히 안전하게 잘 마칠 생각만 하면 돼.

친구들 한테는 연락 못 전했어...미안.

아빠 말씀이 잡 생각 드니까 그러지 말라셔서.

나중에 자대가면 네가 직접 알려 줘.

떨어져 있어서 조금 울적한 추석이더라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복에 감사하자.

맛있는 음식과 고마운 휴식이 있는 연휴되길 바란다.

호준아, 사랑해..즐겁게 명절 보내자!! 

 

<2010.9.19.아침에> 

 

 

아들아, 안녕??

전투훈련, 행군은 무사히 잘 마쳤나 걱정된다.

아픈데는 없는지, 다친데는 없는지.

우리 아들은 느긋한 성격이니까 안전하게 잘 치러냈을거야.

아침 저녁으로 많이 쌀쌀해졌다.

말 들으니까 강원도는 겨울이 6개월이라네.

추위 견디기가 만만찮을 거 같구나.

까짓 거 닥치면 다 하게 되는 거 아니겠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추석이 끼어서 잘 됐다 싶더니 훈련 일정이 3일 더 늘어난다고 그러시네.

에혀, 울 아들이 좀 편할까 했더니 김치국 마신거지.ㅋ 

훈련 마치고 당당한 군인이 된 너를 만날 생각하니까 엄마는 설렌다.

호준아, 엄마 아빠 보고 싶지?

아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우리만 그런건가.ㅎㅎ

암튼 조금만 더 참고 나중에 반갑게 보자.

날이 차가워지니까 감기 조심해.

씩씩하게 기운 잃지 말고 건강하길 빈다.

이번 주에도 꼭 사진 찍고...

얼굴이라도 한번 봐야 한주가 편안할 거 같다.

보고 싶은 호준아.

건강하게 마음 편안한 주말 보내고 즐겁게 남은 훈련 임하길 바란다.

동기들과도 잘 지내길...

아들 사랑해~~~또 편지 쓸게.

 

<2010.9.17.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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