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한국의 길

봄이 오는 길, 19번 국도

정진숙 2017. 3. 9. 19:54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길은 19번 국도다.

이른 봄 그리움과 설렘 안고

제일 먼저 달려가게 되는 길도 이 길이다.

남해, 하동, 구례, 첫 봄을 알리는 그 곳을 향해 해를 거르지 않고 달려간다.

 

설레는 이름의 고장들이 그 길 위엔 수두룩하다.

강원도 횡성 서석에서 남해 미조항까지 446. 3키로

19번 국도는 남북을 잇는 천리가 넘는 긴 도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삼천리 금수강산의 수많은 길들 중

토속적인 지방색을 간직한 길은 그리 많지 않다.

날 세우지 않고 무심히 차창 밖을 볼 수 있는 길도 이젠 흔치 않다.

아직껏 소박한 정감이 남아있는 길.

급할 것 없이 느리게 가야 좋은 길.

조금은 거칠고 투박한 19번 국도를 달려보라.

국토의 중앙 내륙을 관통하는 이 길에서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풍경을 친근하게 만나게 된다.

정겨운 고장이 이 길 위에는 참 많다.

덕유산 기슭 무주 장수를 지나

지리산 자락 구례 하동 섬진강을 따라 남해 바다로 가는 봄길

꽃비 난분분한 봄날 이 길에서 가슴 떨리지 않는 이 있을까.

맘속 생각을 내려놓고 내가 어디로 가는지 조차 잊게 만드는 이 길은

언제 봐도 편안한 친구를 만나듯 마음 너그러워지는 길이다.

 

봄이 또 오고 있다.

사흘 전 걷던 지리산 길 위엔 파란 봄이 내려앉고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메마른 풀 섶 사이로

손톱 끝만 한 봄 것들이 파랗게 싹을 틔웠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겨울임에도

온갖 만물이 봄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봄이 오면 무턱대고 19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가고 싶다.

복잡한 일상사 모두 던져두고 그길을 달려보고 싶다.

오는 봄을 맞으러 그길로 가지 못한다면 그 봄은 너무 우울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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