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열한번째 편지

정진숙 2010. 10. 4. 00:09

우리 장한 아들 호준아.

드디어 훈련 마지막 주를 맞았다.

정말정말 고생 많았어.

잘 참고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기쁘다...축하한다!!!

이제야말로 진정한 군인으로 거듭 났으리라 믿어.

10월 들어서니까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겨울옷은 지급 받았는지 궁금하구나.

몸 따뜻하게 잘 챙겨 입고 첫 추위에 떨지 말아야 한다.

신교대 카페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여기도 며칠 후면 또 이별이네.

그동안 엄마들이랑 애타는 마음 서로 달래면서 재밌게 지냈어.

걱정은 나누면서 가벼워졌고 다른 아들 반가운 소식엔 같이 기뻐하면서 즐거움도 나눠 가졌다.

같은 아픔을 가졌을 땐 이렇게 쉽게 서로 가까워지더구나.

사람 사는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내 것도 나누고 때로는 다른 이의 것도 공유하며 살아가는 거다.

아들이 군대라는 사회에서 배워야할 것은 이런 지혜들이야.

인생을 더불어 살아갈 동기들을 만난 귀한 시간 감사히 여겼으면 한다.

이제 자대 가면 새 인연들과 만날텐데 여태껏 해온 것처럼 잘 헤쳐가리라 믿어.

선임의 충고나 훈계는 당장은 언짢더라도 내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닌가 되짚어 봐야 된다.

그리고 잘 참아내는 게 최선의 길이다.

힘든 훈련 잘 마쳐서 고맙다.

자대에선 편지가 어떻게 전달될지 몰라 당분간 쓰기도 힘들 거 같은데

방법 찾아서 열심히 안부 전할게.

기특한 아들 호준아, 너무너무 사랑해.

감기 조심하고 남은 시간도 기쁜 마음으로 유종의 미 거두길 빈다..단결!!!

 

<2010.10.2.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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