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준아, 엄마다.
11일에 보낸 네 편지 반갑게 잘 받았어.
어쩜 그렇게 대견스러운지.
이제는 걱정 안해도 되겠구나 싶더라.
어느 사이에 어른이 된 널 보고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갔다.
하긴 어릴 적부터 엄마 손 크게 빌리지 않고 우리 호준이는 뭐든 잘 알아서 해 왔지.
노파심에서 이런저런 투정했던 건 오히려 엄마였어.
오랫만에 받은 손편지 덕분에 마음 든든했다.
네 말대로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군에서 고생한다는 건 옛말이란 걸 실감했어.
생각이 감정을 지배하는 거니까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거라 확신한다.
일본은 잘 다녀왔다.
고베, 쿄토, 나라, 오사카 이렇게 바쁘게 다녀왔어.
구마모토나 큐슈와는 다른 각각의 매력이 있는 도시였다.
여행이란 역시 사람의 눈을 넓게 만든다.
우물 안에서 허우적대는 답답함을 조금은 허무는 계기를 주거든.
남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를 한번 더 되돌아 보게도 하고.
너랑 같이 왔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훈련소에서 지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
102보충대에서 널 보내던 일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시간만큼 사람을 철들게 하는 게 없구나.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일들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삶의 진리들을 터득해 가는 우리 아들이 믿음직스럽다.
남은 훈련도 무사고로 건강하게 잘 마칠거라 믿어.
얼마남지 않은 훈련소생활 동기들과 더욱 돈독하게 우정 쌓길 바란다.
호준아, 면회갈 날이 점점 다가와서 기쁘다.
더욱 멋진 모습으로 만날 날을 위해 조금만 더 기다리자.
사랑해, 아들. 편안한 시간 보내..단결!!
<2010.9.30. 늦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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