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열번째 편지

정진숙 2010. 10. 4. 00:07

호준아, 엄마다.

11일에 보낸 네 편지 반갑게 잘 받았어.

어쩜 그렇게 대견스러운지.

이제는 걱정 안해도 되겠구나 싶더라.

어느 사이에 어른이 된 널 보고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갔다.

하긴 어릴 적부터 엄마 손 크게 빌리지 않고 우리 호준이는 뭐든 잘 알아서 해 왔지.

노파심에서 이런저런 투정했던 건 오히려 엄마였어.

오랫만에 받은 손편지 덕분에 마음 든든했다. 

네 말대로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군에서 고생한다는 건 옛말이란 걸 실감했어.

생각이 감정을 지배하는 거니까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거라 확신한다.

일본은 잘 다녀왔다.

고베, 쿄토, 나라, 오사카 이렇게 바쁘게 다녀왔어.

구마모토나 큐슈와는 다른 각각의 매력이 있는 도시였다.

여행이란 역시 사람의 눈을 넓게 만든다.

우물 안에서 허우적대는 답답함을 조금은 허무는 계기를 주거든.

남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를 한번 더 되돌아 보게도 하고.

너랑 같이 왔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훈련소에서 지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

102보충대에서 널 보내던 일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시간만큼 사람을 철들게 하는 게 없구나.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일들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삶의 진리들을 터득해 가는 우리 아들이 믿음직스럽다.

남은 훈련도 무사고로 건강하게 잘 마칠거라 믿어.

얼마남지 않은 훈련소생활 동기들과 더욱 돈독하게 우정 쌓길 바란다.

호준아, 면회갈 날이 점점 다가와서 기쁘다.

더욱 멋진 모습으로 만날 날을 위해 조금만 더 기다리자.

사랑해, 아들. 편안한 시간 보내..단결!!

 

<2010.9.30. 늦은 밤>

 

 

'이등병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훈련소로 보내는 마지막 편지  (0) 2010.10.05
열한번째 편지  (0) 2010.10.04
아홉번째 편지  (0) 2010.10.04
일곱번째 편지  (0) 2010.09.21
여섯번째 편지  (0) 2010.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