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길은 추억 속을 걷는 길이다.
지난 주 경희궁에 잠시 다녀왔다.
예전 서울고 자리에 있었던 광해의 궁궐
새로 복원된 경희궁은
옛날의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하다.
장마철 흐린 하늘 아래
어둑한 궁궐에는 쓸쓸함만 자욱했다.
서울은 발길 닿는 곳곳이 박물관이다.
종로에 있던 여고를 다닐 때
나는 진심으로 나의 학교 운이 좋은 것에 감사했다.
역사 깊은 종로 거리를 매일 걷는 행운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종로에서 광화문, 서소문까지
그 일대는 고교시절 우리들의 아지트였다.
하교 길에 참새 방앗간처럼 들락거린
학원가 뒤 빼곡하던 분식집들
여름방학 보충학습 마치고 나오던 길에
광화문 네거리 국제극장에서 보았던 영화, 타워링
시험 끝나던 날 허리우드극장에서 단체 관람한
로미오와 줄리엣,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진 그 많은 시간들이
광화문에 갈 때면 다시 눈앞에 펼쳐진다.
하늘을 가리는 빌딩 숲 사이로
오래 전 그때의 풍경들이 오버랩 되곤 한다.
화신백화점, 종로서적, 빠이롯트 만년필,
초파일 조계사의 은은한 향내음
끝날 줄 모르는 나의 광화문연가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광화문에서 나는, 여고시절의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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