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한국의 길

광화문 연가

정진숙 2017. 7. 22. 10:37

 

 

 

 

 

 

 

 

 

 

 

 

광화문 길은 추억 속을 걷는 길이다.

지난 주 경희궁에 잠시 다녀왔다.

예전 서울고 자리에 있었던 광해의 궁궐

새로 복원된 경희궁은

옛날의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하다.

장마철 흐린 하늘 아래

어둑한 궁궐에는 쓸쓸함만 자욱했다.

 

서울은 발길 닿는 곳곳이 박물관이다.

종로에 있던 여고를 다닐 때

나는 진심으로 나의 학교 운이 좋은 것에 감사했다.

역사 깊은 종로 거리를 매일 걷는 행운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종로에서 광화문, 서소문까지

그 일대는 고교시절 우리들의 아지트였다.

하교 길에 참새 방앗간처럼 들락거린

학원가 뒤 빼곡하던 분식집들

여름방학 보충학습 마치고 나오던 길에

광화문 네거리 국제극장에서 보았던 영화, 타워링

시험 끝나던 날 허리우드극장에서 단체 관람한

로미오와 줄리엣,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진 그 많은 시간들이

광화문에 갈 때면 다시 눈앞에 펼쳐진다.

하늘을 가리는 빌딩 숲 사이로

오래 전 그때의 풍경들이 오버랩 되곤 한다.

화신백화점, 종로서적, 빠이롯트 만년필,

초파일 조계사의 은은한 향내음

 

 

끝날 줄 모르는 나의 광화문연가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광화문에서 나는, 여고시절의 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