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럴드

정진숙 2011. 2. 13. 19:19

스콧 피츠 제럴드(Francis Scott Key Fitzgerald), 김영하 | 문학동네 | 2009/12/15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로버트 레드퍼드가 주연했던 영화의 장면과 함께 주인공의 쓸쓸한 모습이 오버랩 되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화려하게 치장한 저택의 창가에 하늘거리는 새하얀 커텐자락,

포켓에 손을 찌른 채 망연히 허공을 응시하는 우울한 개츠비,

센티멘탈한 감상으로 조금은 울적한 날이면 개츠비의 외로운 그림자가 떠오르곤 합니다.

첫사랑의 환상에서 놓여나지 못하는 바보스럽고도 매혹적인 주인공.
개츠비는 작가의 자화상이며 슬픈 주인공입니다.
20세기 초반, 전후의 우울이 넘쳐나는 지점에 젊은이의 가슴 속에 온통 물신과 성공의 욕망이 자리잡을 그 무렵, 

개츠비의 순정은 무모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가 온갖 술수를 동원해서라도 부와 명성을 쌓는 절박한 이유는 옛사랑의 떠난 마음을 돌리려는 것 하나 뿐입니다.
데이지의 주위를 맴돌며 자신을 향해 눈길 한번 보내주길 바라는 순정남의 목마름, 

피츠 제럴드는 그런 순박함 때문에 개츠비를 위대하다고 했습니다.
상류 사회의 허망함과 부의 가식으로 치장한 채 영악하게 살아가는 속물들 사이에서

고고하게 자신의 환상을 꿈꾸고 지키는 그의 영혼의 맑음을 높이 산 거겠지요.

데이지를 향하는 그의 우직스런 순애보가 참 애처로웠습니다.
그녀는 그런 열정을 받을만큼 가치있는 영혼의 소유자가 결코 아니거든요.
아마 개츠비가 그토록 사랑했던 건 놓고 싶지 않은 순수의 열망이 아니었을까요.
달아나는 열망들을 지키기 위해 환상을 지닌 대상에 몰입하게 되는 건 아닐지요.
어쩌면 사람들은 저마다 하나씩의 짝사랑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잔한 여운을 남기는 위대한 개츠비의 짧은 삶이 쓸쓸한 그림자로 기억되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