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은 장소들

북카페 몽실 이야기

정진숙 2013. 7. 1. 11:13

 

 

 

 

알 수 없는 게 인연이다.

내가 이 사람을 어찌 알게 되어 이곳에 이르게 되었을까.

카페 몽실의 그녀는 평범한 중년의 여인이었다.

아이 키우고 살림하고, 조금 다르다면 얼마 전까지 강남의 법률사무소에 근무했다는 이력.

그리고 책읽기를 무척 좋아하고 책을 굉장히 사랑한다는 것.

포털사이트 인터파크 책모임에서 만난 지 이년 째다.

소탈한 그녀의 이미지 안에 어찌 그리 큰 강단이 숨어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두 달 전 직장을 그만두고 느닷없이 북카페를 열었다.

느닷없이 라고 하면 엄밀히 말하자면 틀린 얘기다.

그녀는 늘 입버릇처럼 말하고 살았다.

고향에서 카페를 여는 게 꿈이라고.

비록 고향 마산이 아닌 낙성대에서 그 꿈을 펼쳤지만 일생의 소원 하나를 이룬 셈이다.

근처에 서울대가 있는 한적한 주택가.

이런 곳에서 카페가 될까 하는 생각은 완전 기우였다.

폭풍수다를 떨며 감동의 인생드라마를 나누는 세 시간 동안 그녀의 성공을 눈으로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우선 고객의 대부분이 최고의 지성 서울대생.

이들은 차를 마시러 온 게 아니라 공부를 하러 카페에 온다.

테이블을 차고앉은 이들 중에 누구 하나 잡담하는 이가 없다.

두툼한 책을 들여다 보며 독서삼매경에 빠지거나 노트북을 열고 열심히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명문대 근처의 풍경은 늘 이런가.

신선한 충격을 주는 광경이었다.

서울대 공부방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북카페 몽실.

부럽다 못해 샘이 나는 워너 비 공간이다.

벽장에 빼곡한 천 여 권이 넘는 책은 그녀가 차곡차곡 구입해 읽어 온 재산목록들이다.

아무렇게 쌓아 둔 나의 애장 서에게 미안해진다.

책을 통해 많은 이들과 소통하며 일상에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축복.

그녀의 삶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로 세상과 공감할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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