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은 장소들

브라운핸즈 백제

정진숙 2016. 8. 31. 18:18

 

 

 

 

 

 

 

 

사람에게 그 나름의 운명이 있듯 사물에도 어떤 사연들이 있다.

부산 여행에서 알게 된 카페 브라운핸즈 백제는

이틀 간의 일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 곳이다.

 

백제병원, 핫플레이스인 카페 브라운핸즈 백제의 첫번 째 이름이다.

이곳은 1922년 부산에서 개원한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 건물이었다.

1930년대 의료사고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 이후

백제병원의 용도는 파란만장하게 변해갔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봉래각이란 식당으로 쓰이다가

2차대전 당시엔 장교숙소로, 치안사무소로도 사용 되었다.

6,25 이후엔 예식장으로, 무도장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1972년 불이 나며 5층은 소실되고 지금의 4층 건물이 근대건축물로 지정되었다.

현재 1층은 브라운핸즈 디자인카페로 사용 중이다.

2016년 카페로 재탄생 하기까지 이 건물은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지나왔다.

 

묵직한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온 몸에 섬뜩한 느낌이 전해진다.

고재 벽돌의 거친 벽면이 그대로 드러난 입구

마치 오랜 폐허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만 같다.

녹슨 철계단을 몇 칸 올라 카페 내부로 들어서면

더욱 기막힌 공간을 만난다.

1920년대의 과거로 성큼 들어선 듯한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어두운 실내등과 흙이 후두둑 떨어질 것처럼 허술한 벽

하지만 모든 벽들은 백년을 버텨온 세월만큼 단단하고 야무지다.

과거는 허물어지지 않고 역사가 되어 차곡차곡 쌓여있다.

시간의 켜가 민낯으로 드러난 브라운핸즈 백제는 신선한 문화충격이었다.

 

낮에 다녀온 그곳의 인상이 너무나 강렬해 그 밤에 또 찾고야 말았다.

우연히 들어선 곳, 맘에 쏙드는 아지트를 만났다.

차가운 병원용 트레이에 올려진 머그잔에서

다크 리브레의 쌉싸름한 커피향이 기분좋게 번지던 기억.

카페 브라운핸즈 백제,

이젠 부산여행의 필수코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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