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연가 / 이영미 / 예담, 2008년 5월 25일 발행
오래도록 그리던 이를 길을 걷다가 우연하게 만난 기분이다.
반가움으로 두 손을 와락 잡을 것 같은 느낌의 책을 만났다.
광화문 연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서울을 고향으로 둔 서울 토박이의 서울에 대한 연가다.
천만 시민이 살아가는 서울을 두고 고향을 말함은 좀 엉뚱해 보인다.
아스팔트 킨트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도회지라는 어감이 지닌 삭막함은 고향이 주는 푸근함과는 동떨어진 이미지를 풍긴다.
그럼에도 서울이라는 거대도시를 고향으로 기억하는 누군가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대중문화 평론가 이영미는 1961년 서울생이다.
어린 시절 청계천변 개천을 걸어 을지로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녔고 자라서는 집 근처 안암동에 있는 고려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강북과 강남으로 구분하지만 예전엔 같은 서울이라도 사대문을 기준으로 문안과 문밖이 있었다.
동대문밖 신설동이 고향인 그녀는 비록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의 기억은 없어도 서울만이 지닌 감성을 잊지 않고 있다.
1930년대의 경성에서 2000년대까지의 서울의 시대상을 담은 이 책은 대중문화의 시대적인 흐름을 참고하여 구성했다.
격변하는 근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울의 위상이 어떻게 발전해 가는지, 인간의 욕망은 또 어떻게 달라져 가는지, 그에 따라 우리의 의식과 생활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는지를 사진과 함께 실어 조목조목 짚어낸다.
또 대중 가요의 변천사를 곁들여 노랫말에서 읽을 수 있는 삶의 변천사를 연대별로 정리했다.
초등학교 때 서울로 이사와 사십년을 서울에서 그리고 그 주변부에서 살았다.
차곡차곡 쌓인 이야깃거리도 이젠 제법 있다.
내가 기억하는 많은 것들을 이 책 속에서 다시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그 우연한 만남이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이렇듯 추억은 늘 갈증이 되는 모양이다.
자신의 전공분야인 대중문화 평론을 통해 서울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그녀의 의지 덕분에
나는 잃어버린 추억과 재회한다.
오늘을 잘 살아 가는 일이나 또 나의 지난 날을 돌아보는 일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되기도 하고 신세지게도 된다.
그녀가 되찾아 준 서울의 과거가, 때론 슬프기도 했고 자랑스럽기도 했던 그 과거의 모습이,
오늘은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 나를 즐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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