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면서
오랜 동안 산행을 해왔습니다. 크고 작은 산들은 제각각 다른 모양새로 서있었습니다. 같은 산을 가더라도 똑같은 경치를 만나는 건 아닙니다. 있는 자리만 그대로일 뿐 절기마다 날씨마다 늘 변해가는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변해가는 것은 사람살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 누구도 잡을 수 없는 것이 시간이라고 합니다. 세상엔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도 합니다. 영원한 게 없는 우리의 삶에서 순간을 영원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면 그 중 하나가 글쓰기 아닐까요. 지나고 나면 까마득해질 일들을 단어와 문장으로 엮어 생생하게 숨을 불어넣는 일이 바로 글쓰기라 여겨집니다.
즐겁고 기뻤던 시간들, 가슴 벅차고 행복했던 날들,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들까지. 수필쓰기는 추억하고 싶은 장면들을 글로 아로새겨 나의 역사로 남기는 것입니다. 지나간 날을 그리움으로 자리 매김하는 일이며, 평범할 수 있는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수필쓰기는 나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정화시키고 성숙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자아 완성의 길로 가는 또 하나의 도정이 수필쓰기라 생각합니다.
한분 한분의 그런 소중한 궤적을 담아 글향기 수필문학회 동인지를 발간해왔습니다. 동인지 8집을 어느덧 발간합니다. 격년으로 발간하였으니 햇수로는 16년 차입니다. 선배 문우들이 잘 닦아 놓으신 터에 제가 깃들어 함께해온 지도 벌써 8년째 접어듭니다. 참으로 의미 있는 작업에 동참할 수 있음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선배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차곡차곡 쌓이는 작품 수만큼 우리들의 인연과 추억도 깊어집니다. 또 다른 의미의 가족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수필교실, 한 달에 한번 모이는 글향기 모임. 아마 혈육보다 더 자주 얼굴을 대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글향기 수필문학회 멤버는 인생 후반의 든든한 동반자들입니다. 행복한 동행을 오래도록 이어가길 소망합니다.
글향기 동인지 8집 <기억 저편의 흔적>. 우리들의 이야기 속으로 겸허히 초대합니다. 격려와 공감으로 응원해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살아감의 진솔함을 담은 글 한 편 한 편에서 어제보단 더 성숙한 우리를 만납니다. 새로운 결실 하나를 엮으며 마음 든든하고 흐뭇했습니다. 8집을 내기까지 함께하신 동인들과 늘 따뜻한 인생 조언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신 이현복 교수님께 진심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2016년 12월
회장 정 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