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두번째 편지

정진숙 2010. 9. 9. 00:14

 

사랑하는 호준아.

훈련 3일째를 마치고 이제 밤을 맞았겠구나.

참고 이길만 하니?

충분히 잘 견딜 줄 믿어.

이렇게라도 안부 전하고 소식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다행이니.

마음 먹기에 따라 감사할 일은 온 천지에 가득하다.

건강한 젊은이로 군인이 된 축복도 고마운 일이고 내가 지킬 든든한 나라가 있음도 고마운 일이다.

오늘은 아들이 차곡차곡 접어 보낸 옷가지를 다시 쓰다듬었어.

그리고는 네가 없는 허전함을 좀 달래려고 얼굴에 대보기도 했다.

이틀동안 밴 땀냄새가 아직 남아 있어서 어찌나 고맙던지.

일부러 세탁도 않았는데 잘 했다 싶지 뭐니.

도훈이는 입대하던 날 전화 왔는데 그날 가는 걸 잊었는지 안타까워 하더라.

친구들 한테 편지하라고 전해줄게.

태풍이 온다고 다들 난린데 훈련 받을 때 고생스럽게 만들까 걱정이다.

아직 부대에서 올린 사진이 없어서 이것저것 궁금하지만 이나마도 감지덕지할게.

다른 엄마는 사진 한장도 못봐서 무지 안타까워 하는 분도 계셔.

아들 환하게 웃어줘서 얼마나 고맙고 마음 뿌듯했는지 몰라.

폰에 사진 찍어서 자주 들여다 보고는 같이 웃곤 한다.

늘 그렇듯 내 마음이 세상의 풍경을 결정하는거야.

즐겁게 기쁘게 하루하루 소중한 배움 이어가길 엄마가 빌고 있어.

같은 마음으로 새로운 날들 시작하자.

아들, 오늘 밤도 편안한 휴식 취하고 내일 다시 화이팅 하며 일어나길 바란다.

항상 건강하게 씩씩하게 지내기!!

아들 사랑해~~~ <2010.9.1>

 

오늘 아침엔 아파트 현관을 나서다 깜짝 놀랐어.

밤새 요란하던 태풍에 꽃무더기가 모두 쓰러지고 나무둥치 마저 몇 그루가 쓰러져 있는거야.

비바람 소리에 걱정으로 잠을 설쳤더니 아니나 다를까 바깥 풍경이 참담했다.

곤파스가 강원도로 빠져나간다고 하던데 부대는 모두 무탈한지 아무 사고 없는지 궁금하구나.

든든한 장정들 수백이 지키고 있으니까 물론 별일은 없겠지.

카페에 보니까 벌써 후임으로 새로운 신병들이 10중대에 들어와 있네.

그 사이 시간이 흘렀다고 말이야.

긴 것 같아도 아마 어느 새 훌쩍 22개월 지날거다.

그렇게 믿고 열심히 성실히 군생활 하면 마음 편하지 않을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리들 말하잖아.

꽃은 쓰러지고 나무는 길게 누워 있는 그 위로 아이러니하게 맑은 하늘이 열려 있더구나.

먹구름 지나간 자리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하게 태양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어.

간밤에 비바람 치던 긴긴 시간은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고난과 고통엔 교훈이 있단다.

더 큰 세상으로 가기 위한 성장의 기회로 여기고 매일매일 마음 강하게 지내길 바랄게.

아들 오늘도 아자아자!!! 사랑한다 호준아~~~ <201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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